생존신고

by 캐리소

에머슨은 '우리 개인 삶에서 언제든 고정된 형태를 버리고 우리 몸에서 빠져나와 가장 높은 하늘 위로 솟구쳐서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을 사실과 사건들은 없다' 주)고 했다.


이런 사건들과 행동, 사색이 버무려져 일기가 된다.


소로의 일기를 펜으로 적다가 지난날 내가 떠나보낸 일기들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과거의 한때 그것들을 남기는 게 너무도 수치스럽고 창피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수많은 일기들을 바람에 날려버렸다.


아마도 그들은 비와 물과 먼지, 계절 속에서

가면을 만들 종이죽처럼 한데 뭉쳐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땅 속으로 들어가 나무와 꽃, 많은 생물의 영양분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내 일기의 효용이 그것이었는지 모른다는 결론으로 치닫게 된다.



소로우는 신들을 위해 일기를 쓴다고 했다.

그 말은 참 잎사귀 같은 말이다.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있는 사람의 생각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일기를 쓸까?

일기와 닮아있는 매일의 브런치 글을 왜 쓰는 것일까?


아마 나는 먼지 같은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들과 우주에 전달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생존신고!




주) 자기 신뢰 철학/영웅이란 무엇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 2010, 동서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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