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고 싶은 곳

by 캐리소


내가 지금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파리다.

에펠탑이나 루브르 박물관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파리, 페르 라셰즈 묘지.

마르셀 프루스트의 묘지에 가보고 싶다.

그의 작품을 특별히 사랑해서가 아니다.


아직 유럽에 가보지 못했는데 유럽여행의 첫 테이프를 시인과 예술가의 죽음이 새겨진 곳에서 끊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

무덤에서 이미 져버린 삶을 만나고 삶이 데려오는 죽음의 공기를 만져보고 싶다.


공원으로 조성된 묘지에서 친구를 만나고 점심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삶과 죽음이 인간의 강아지와 고양이처럼 친근하게 연결되어 있다.


삶의 속성에는 죽음이 흐른다.

그 연결의 밀착을 목도하는 현대 방문객의 마음가짐으로 그곳을 찾을 것이다.

그가 발을 디뎠던 유년의 자유를 상상하며 짧은 그의 생을 반추하며.




자승자박


내게 온 생각

그 생각을 붙잡은 생각

감각

감정

인식이 물처럼 흐를 때

의식의 흐름을 자르고 있다


흐르게 두지 않고

그 물줄기를 낚아채 버리는 내가 있다


이게 바람직한 것일까

나는 왜 두려워할까

무엇을 알면 안 되는 걸까

시간 속에 쪼그리고 앉아


시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쪽을 차단해 버리는 압착


압착 속에

납작해진 내가 있다


혈관 속을 막고 있는 소금기 때문에

버석거리는 길을 통과하지 못한다


다음 템포가 머릿속을

헝클어 흐름을 잘라내면

잘린 생각들의 끝이

자신들의 세계에서


움찔거린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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