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여섯 시.
여름 창밖은 동이 트려고 꿈틀거리는 시간이다.
일어난 지는 한참 전이지만, 아직 잠이 덜 깬 듯 눈을 비비며 물컵을 다시 채워 자리에 앉는다.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깨고 하나둘 모여든 작가님들과 마주하는 이 시간,
한 주를 잘 마무리하는 나름의 약속과도 같다.
우리는 미리 카페에 올라온 서로의 글을 찬찬히 읽어 본다.
먼저 말의 물꼬를 터야 하는데 글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라도 쉽게 꺼내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먼저 말을 시작했다.
우리의 글이 독자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글이라는 걸 가감 없이 얘기했다.
살짝 민망하고 미안했지만 내 글도 포함된 내용이라 수정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우린 서로 아는 사이고 어떤 의도로 글을 썼는지 알고 있지만, 독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눈에 띈다.
문단과 문장 사이에 연결하는 문장이 필요함을 발견한다.
우리의 대화는 띄엄띄엄 이어지지만 곧 열띤 대화의 장이 열린다.
주제는
대가와 소통,
똥고집,
사랑,
이리저리 뻗어 나가는 듯해도, 결국 이 모든 이야기의 종착지는 언제나
'글'이라는 하나의 세계로 모여든다.
"이 부분의 여운이 참 좋네요."
"이 대목은 조금 더 덧붙이면 어떨까요?"
글을 읽고 난 후의 감상, 그리고 아쉬운 점을 짚어내는 조심스럽고도 다정한 조언들이 오간다.
나처럼 날카로운 비판을 해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믿음은 서로에게 있다고 본다.
"어떤 상황을 설명하는 말은 자꾸만 길고 장황해지는데,
막상 눈앞에 그려지듯 장면을 묘사하는 건 왜 이렇게나 어려울까요?"
솔직한 푸념에 모두가 깊이 고개를 끄덕인다.
화면 너머로 옅은 한숨과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웃음이 교차하기도 한다.
서툴고 막막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우리는 설명할 필요도 없이 서로를 이해한다.
홀로 책상에 앉아 활자와 씨름하는 우리에게 이 끈끈한 '동병상련'은
함께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깨닫게 해 준다.
가슴속 깊은 고충을 꺼내놓고 나면 신기하게도 지금 내 글에 무엇이 비어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어떤 때는 까막눈이처럼 안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 빈칸을 채우는 일은 다시 오롯이 나만의 몫이다.
들은 조언을 글에 녹이고 적용하는 과정에는 고독하고 치열한 분투가 기다리고 있다.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어떻게 문장에 데려와 녹여낼지 머리를 쥐어뜯다 보면, 스스로 그 길목에서 해답이 떠오르기도 한다.
창밖으로 환한 아침 햇살이 스며들 즈음,
한 작가님이 자신의 경험을 담아 글의 전체 구조를 잡는 '개요 작성법'을 나누어 주신다.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제자리를 찾는 기분에 모두의 눈이 반짝인다.
다음번엔 다들 이 뼈대 위에 각자의 글을 지어 올려보기로 한다.
함께 나눈 마음들을 뒤로하고 다시 혼자가 된 시간.
그러나 결코 외롭지 않은, 새로운 쓰기의 아침이 밝아온다.
오늘은 또 어떤 쓰기가 기다릴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