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의 날다람쥐님이 보내주신 쑥으로 쑥버무리를 만들었다.
첫 번째로 쪄낸 쑥버무리는 남편이 맛보고 쑥눈다발 같다고 놀렸다.
귀찮아서 건쌀가루에 물기를 더하지 않고 그냥 쪘더니 그렇게 되었노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자신이 원하는 건 쑥향이 입 안 가득히 퍼지는 쑥눈다발이 아니라, 조랭이떡 같은 쌀가루 뭉치가 쑥 사이에 묻어 쑥향이 입 끝에 아련히 퍼지는 쑥버무리라고 했다.
참 가지가지 하신다.
입이 고급이라 맞추기 어렵다.
하도 지청구를 해대서 남편몫으로 다시 만들어 주었다.
그랬더니 둔탁한 손가락으로 엄지 척을 날린다.
날다람쥐님이 쑥과 함께 중간크기의 대파도 한아름이나 보내주셨다.
비닐봉지에 얌전히 싸인 쑥이며 양평의 흙을 고스란히 매달고 위용 있게 누운 파의 모습에
날다람쥐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걸 보내려고 시간을 내서 우체국에 가고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주소를 적는 샘의 눈썹이
기대와 기쁨으로 흔들렸겠다.
대파는 깨끗이 씻어 썰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파를 썰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니 아들이 향초를 켜주고 선글라스를 챙겨다 씌워 준다.
파 덕분에 내가 호사를 누린다.
한 술 더 떠 남편은 쑥버무리가 맛있다며 줌 앞에 앉아 있는 선생님들께 얼른 가서 자랑하고 오란다.
철딱서니 아내는 접시를 들고 냅다 줌 화면 앞으로 달려간다.
김이 서린 줌 화면에 쑥 향을 전하는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 본다.
내가 받은 건 한낱 대파와 쑥이 아니다.
봄의 서신이고 애정의 느낌표다.
계절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자신이 피어 올린 마음이고 사연인 것이다.
흙을 뚫고 올라온 온전한 생명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사연.
그 사연을 건네받은 이는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는 행복의 계산법을 따르게 된다.
날다람쥐님은 나누는 게 특기시라 작물을 나누고,
나눠 받은 나는 그걸로 동그랗게 퍼지는 릴레이를 이어간다.
교회 식구들과 나눴던 행복한 밥상, 이웃들과 나눴던 봉지마다의 사랑.
그 안에는 산을 오르내리던 날다람쥐님의 리듬과 생생한 기쁨이 담겨 있다.
오늘 식탁 위에는 쑥향처럼 은은한 다정함이 퍼진다.
날다람쥐님이 우리 부부 화해의 메신저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