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나씩 숙제가 주어진다.
오늘은 이걸 내려놓게 하시고
내일은 저것을 포기하게 하신다.
손안에
머리 안에
옳지 못한 통념들과
허둥지둥 분별없는 것을
정렬하듯이
이렇게 훈련받아야 하는 줄
정말 몰랐다.
수행자가 되어 지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노동과 포기가
내게 하달된다.
다시, 또다시.
오기가 익으면 수긍이 되려나.
그러면 개안이 가능하려나.
매일 굵고 탄탄한 밧줄을 풀어
가늘고 연약한 실타래를 뽑아 놓게 하신다.
실처럼 너덜하고 약해빠진 것을 모아
무얼 하시려고.
처음엔 힘겨루기를 하려고 했다.
내가 맞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기보다
나도 고집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려고.
그게 아닐지도 모를 불안을 가리기 위해.
그러나
가치 있는 삶을 살기로 한 이상
내려놓는 건 끝까지 지녀야 할 기초 같은 것.
방법을 모른 채 사는 일을 매듭짓고
선명한 푯대를 향한 길로.
특히 전쟁에서는 대부분 운에 달려있고,
그 운은 우리 생각이나 조심성에 따라서 도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버릇처럼 말하는 것이 지당한 일이다.
다음 시도 그것을 말한다.
흔히 소홀한 조치가 성공하고, 조심하다가 실수한다.
운은 반드시 행운을 받을 가치 있는 자에게
승인과 원조를 주는 일 없이, 피차를 가리지 않고 돌아간다.
그것은 우리들 위에 군림하여 우리를 지배하는 특별한 힘이 있어
모든 인생의 사물들을 그의 법 아래에 두기 때문이다.
(마닐리우스)
- 몽테뉴, 나는 무엇을 아는가.
새벽에 이 구절이 내게 와서 머문다.
나와는 상관없었던 운이 이제야 나를 바라보는가.
평범한 부모님 밑에서 존중받으며 자랐고
그래서 잠시 안하무인을 체험하기도 하면서 그걸 장착한 사람을
널리 이해했지 않은가.
행운을 받을 가치가 있는 자에게 돌아간 운은 그의 손바닥에서 반짝 빛난다.
내게도 주어질 운을 위해 가치로운 하루를 완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