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는 건

by 캐리소


펜화가 좋아서 올려 봅니다. 작년 6월에 그린 집그림(좌), 김주원 작가님 책에 넣은 삽화입니다.♡


설익은 봄입니다

계절의 속성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도

어딘지 흐릿한 눈빛을 하고 있습니다


한 시대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단상을 밟고

주어진 생을 살아갑니다


나이 들면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 될까요

어떤 패널의 목소리가

오늘 하루를 붙잡습니다


앞에 걸어가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시나리오 한 편을 쓰다가

멋쩍어져 장르를 바꿉니다


나이를 먹는 건 중력과 손잡는

땅 쪽으로 가까이 붙어

좀 찌그러지는 일입니다


그럼 어때요 얼굴도 목소리도

조금씩 땅 쪽으로 흐물흐물해지는

것입니다 지렁이처럼 좀

몰라지는 것입니다


시대의 정점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자꾸 거스르고 다시 순해지는

이라면 연출처럼 바람이 왔다 갈 것입니다


나뭇잎 뒤에 숨어있던 벌레와

어젯저녁 해갈되지 않은 햇살 한 주먹을

자연에 찰싹 달라붙여 놓습니다

나이 먹는 건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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