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봄입니다
계절의 속성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도
어딘지 흐릿한 눈빛을 하고 있습니다
한 시대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단상을 밟고
주어진 생을 살아갑니다
나이 들면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 될까요
어떤 패널의 목소리가
오늘 하루를 붙잡습니다
내 앞에 걸어가는 여인을
주인공으로
시나리오 한 편을 쓰다가
멋쩍어져 장르를 바꿉니다
나이를 먹는 건 중력과 손잡는
땅 쪽으로 가까이 붙어
좀 찌그러지는 일입니다
그럼 어때요 얼굴도 목소리도
조금씩 땅 쪽으로 흐물흐물해지는
것입니다 지렁이처럼 좀
몰라지는 것입니다
시대의 정점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일이
자꾸 거스르고 다시 순해지는
것이라면 연출처럼 바람이 왔다 갈 것입니다
나뭇잎 뒤에 숨어있던 벌레와
어젯저녁 해갈되지 않은 햇살 한 주먹을
자연에 찰싹 달라붙여 놓습니다
나이 먹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