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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무드북

[드라마]HBO ‘유포리아‘ 시즌 1(2019)

이보다 해로울순 없다

by 스투키
출연자들

HBO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시리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유포리아>는 주요 출연진을 일약 스타덤에 올리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성공 방식은 결코 모범적이지 않습니다.


<가십걸>, <스킨스>의 계보를 잇는 이 문제적 청소년 성장 드라마의 리메이크판은 TV-MA (Mature Audience Only/성인) 등급이라는 명분 아래 위험한 중독과, 성(性) 적 자유도를 활용해, 성인들이 아닌 어린 십 대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제작을 담당한 드레이크는 캐나다 출신의 미국 최고의 힙합 가수로 그 역시 십 대들의 문화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써 홍보에 적극 가담했습니다.


고등학생 중심의 성장 드라마를 시청한 미국의 수백만명 중 성인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의 십 대들이 이 드라마를 시청한 것은 자명합니다.

그중 대 다수는 SNS와 연예 가십에 열광하는 소녀들입니다.

그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열거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끔찍합니다.


샘 레빈슨 감독은 이러한 비난에 대해

“단지 현대의 청소년의 문화를 대변하고 있을 뿐”

이라며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는 문화를 단순히 반영하는 것보다, 새로 만들고, 확장 시키는 것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샘 레빈슨 감독은 <유포리아>로 십 대의 어떤 문화를 주도하고 싶은 것일까요?


단지 시청등급만으로 십 대의 눈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오늘날 미디어의 소비 방식은 거실 TV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때문에 십 대들은 방에서, 학교에서, 혼자 혹은 친구들과, 각종 기기를 통해 얼마든지 시공간을 초월해 원하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시청등급제는 형식적인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제작자들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유포리아>는 십 대 소녀의 성(性) 경험을 통과의례 이상의 필수조건처럼 몰아붙입니다.

또 약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다루는 요령을 전달합니다. 그것으로 마치 불법적인 약물은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처럼 비추어 집니다.

십 대들의 스타 젠데이아(루 役)를 통해 쏟아낸 세계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약물 ‘펜타닐’에 대한 찬양은, 청소년 약물 예방에 힘쓰는 여러 기관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드라마는 디지털 시대에 청소년들이 돈을 벌고, 사회적 자리를 확보하려는 과정에서, 성(性) 적인 수단이나 불법적인 요소들을 정상적인 선택지처럼 묘사합니다.

호기심과 유혹에 약한 수많은 십 대 소녀들은 <유포리아>를 통해 성을 파는 법과 불법적인 돈을 세탁하는 요령을 무의식적으로 터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트랜스 젠더인 배우 헌터 셰이퍼(줄스 役)를 전면에 내세워 젠더리즘에 대한 친밀도를 극도로 높이며, 트랜지션에 ‘업그레이드’,‘레벨 업’같이 쿨하고 간결한 이미지를 부여함으로, 그에 대한 거부감과 고민을 축소시킵니다.

또한 그들의 성(性) 적 일탈은 어떤가요?

그건 마치 잘 뽑으면 좋고 못 뽑아도 그만인 ‘가챠’ 기기를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묘사됩니다.

트랜스 모델겸 배우 헌터셰이퍼

<유포리아>는 가장 논쟁적인 담론조차도 조심스럽고 심각하게 다루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주 시청자들인 십 대 소녀들에게 낙태가 그저 잠깐의 아픔과 자기 연민으로 끝나는 가벼운 이벤트로만 비칠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유포리아>는 10대들의 방황과 애환을 다루지 않습니다. 10대들의 원망과 쾌락을 다룹니다.

드라마는 이 모든 청소년들의 범죄와 탈선 문제들의 주범을 모두 기성세대로 돌려 책임회피의 구실을 만들어줍니다. 그것은 그들이 좀 더 쉽게 유혹에 빠져들 빌미가 됩니다.


이 드라마는 위험을 별거 아닌 것으로, 심지어 ‘쿨‘한 것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드라마는 십 대 소녀들에게 의도적으로 남자의 주요부위에 대한 친밀감을 유도합니다.

이 불쾌하고 불필요한 장면들은 반복을 통해 거부감을 걷어내는 학습효과를 노립니다.

십 대들의 성적 일탈을 그저 ‘괜찮은 놀이’처럼 소비하게 만듭니다.

이 드라마의 본질은 바로 ‘그루밍’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성찰은 십 대들의 정서적 불완전함과 의미의 상실입니다.

그들에게 가치를 보여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의 방황은 더욱더 순간에 집중할 수밖에 업게 만듭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도래시키기 위해 엔터테인먼트는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멋진 신세계>의 비판도, <죤 듀이>의 경고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들의 가장 약한 시기를 파고들며 최고의 스타들을 고용해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자극하고, 흔들고, 무너뜨리려 합니다.


스토리를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고등학생들이 약물을 남용하고, 남녀가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뒤엉키고, 변태적 착취에 가담하고, 폭력적이거나 교활한 범죄를 저지르고, 원망하고, 춤추며 마무리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인기 스타의 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에피소드마다 온갖 자극의 향현을 늘어놓아, 드라마 제목처럼 ‘유포리아‘(황홀경)에 빠져들게 만드는 것만이 삶을 소비하는 가장 좋은 방식인 것이라고 속삭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의 충동을 즉시 해결하는 데 알맞았던 환경은 항상 적대적인 환경이 성장을 방해하고 파괴했듯이 확실히 성장을 제한할 것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커질 것 같았던 충동은 불현듯 사라지고 감정에도 무감각할 것이다.
<존 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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