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무드북

무심코 지나쳤던 진실의 법서

[책] ‘마키아벨리라면 어떻게 할까?’

by 스투키
저자는 어떻게 해서 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거지? …
그거 참 되게 좋은 질문이다.
(서문)

이 책이 출시되던 2000년대 초반 한국은 “부자 되세요~”라는 한 카드사의 광고 카피를 기점으로, 이제 막 물질적 성공이 주는 달콤함에 눈을 뜨는 대중들이 하나 둘 늘어가던 물질 만능 사상의 실질적 태동기였다.

해딩 CF 갈무리

하지만, 당시까지는 적어도 겉으로는 여전히 물질 사상을 터부시하며 그로부터도 15년을 더 거슬러 1980년대 한 개그맨의 유행어 “(그보다) 먼저 인간이 되어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사회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바로 그런 ‘도덕적 차렷 자세*’를 추구하던 시기에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그것을 손아귀에 넣는 법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실제적이면서 뛰어나기까지 한 고찰을 담은 이 책 <마키아벨리라면 어떻게 할까?>가 발간된 것은

좀 과장된 비유를 넣자면, 나에겐 어쩌면 비트코인을 2010년도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과 비견할만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웃기시네!’로 코웃음 쳤던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 책의 평가를 인간의 선한 양심과 옮긴이의 말에만 의존해 그저 악에 대한 대비책, 혹은 반면교사용으로만 흡수하는 대실수(?)를 범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결과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이젠 비트코인 로켓이 나를 태우지 않고 하늘을 뚫고 우주로 향하는 걸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처럼 그때와 별다름없는 반복되는 힘겨운 생활을 버텨 나가고 있다.

이 책이 조롱의 대상으로 삼은 타깃은 마키아 벨리의 후예들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는 걸 너무 늦은 시점에 깨달은 것이다.

당신은 불운한 방향으로 운명이 정해진 자, 보통 사람의 삶을 살도록 운명이 정해진 존재, 자기 방식대로 행동하는 존재가 아닌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야만 행동하는 존재인 것이다.
어쨌든 좋다. 내가 교정해 주겠다.
(본문)

그렇다. 적어도 2001년에 이 책이 출시됨으로써 마키아벨리의 후예를 자처하며 남모르게 조용히 세상의 부를 쓸어 담던 자들은 적지 않게 당황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누군가?

그들은 결코 이런 진실이 세간으로 퍼져 나가기를 원하지 않으며, 진실을 거짓으로 위장하는 것을 포함해,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만들 전략을 적어도 2천 가지 정도는 대비해 놓는 자들이다.

덕분에 나는 2025년의 모서리에 서 있으면서도 여전히 책을 처음 읽었을 때와 같은 순진한 마음의 오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신만이 권력을 지니고 있고 다른 이들은 권력이 없는 상태, 이것이 바로 궁극적인 선이다.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적용되는 선 말이다.
강아지와 새끼 고양이와 모든 코흘리개들의 세계에까지 적용되는 선이다.
(본문)

물론 그들은 이제 그따위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 ‘더티 섹시 머니게임’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한 발 느리기로 타고난 나는 이제 와서 허겁지겁 다크 심리학이니, 소시오패스니, 인문학이 답이니 뒤적거려보지만 이제 남은 파이의 양은 그들의 대중 위로용으로, 혹은 오징어 게임 용으로 남겨둔 2% 남짓뿐임을 예상해 볼 때 내 몫의 부스러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

미라맥스 사의 회장 하비 웨인스타인**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의 셔츠에 붙은 빵 부스러기를 모으면, 네 식구의 가족을 한 달 동안은 충분히 먹일 수 있다.”
(본문)

사실 그들은 종종 이런 자신들의 비밀이 담긴 책들이 출간되는 것을 눈감아 주었다.

심지어 자신들이 직접 나와서 공공연하게 알려주기까지 했다.(물론 자신은 아닌 척)

나중에 쏟아질 비난의 화살일 돌릴 다른 과녁들을 준비해 놓은 것이다.

“몇 번이고 다 알려줬는데 귀담아듣지 않았던 건 너희들이지.”

라는 논리적인 변명거리를 준비해 놓는 동시에 말 그대로 그 비밀들을 귀담아듣지 못하게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문화적 학문적 틀을 마련해 새로운 플랫폼과 미디어를 통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 효과가 얼마나 좋았는지, 이제는 그 ‘비열한 자들(저자에 의하면)’이 자신의 충성스러운 몇몇의 하수인 이외에도 대중적으로 칭송을 받는 군주의 자리에 올라 세계를 휘저으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들 중 대다수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자들도 아니며, 도대체 무슨 권리로 그런 일들을 자행하는지 이해 불가인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의 빛나는 성찰은 담은 이 같은 말은 이를 정당화한다.

마키아벨리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싶은 데로 행동할 것이다. 이 얼간이들아
(본문)

따라서 당시 이 책을 옮긴이조차도 탐욕이 각광받는 미래의 시점에서 봤을 때 이 책의 가능성을 한정적으로 제한하고 있었다고 봐도 될 듯싶다.

물론 책의 저자조차 에필로그에서 빌 클린턴과 같은 몇몇 예를 들어 탐욕의 한계에 대해 피력하고 있긴 하나, 그 분량은 고작 0.1%에 지나지 않는다.

그건 마치 백인 래퍼 에미넴이 온갖 욕설과 잔인한 말들을 백만 마디를 내뱉고 마지막에 ‘농담인 거 알지?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술책일 수 있다.

만일 그것이 자신이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강할 때 듣고 싶은 말 한마디가 주는 안정감을 노린 것이라면, 이 책의 이런 구성 또한 가히 ‘마키아벨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실제로 <마키아벨리라면 어떻게 할까?>의 두 번째 방법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언행)으로 남들을 제압할 것이다.’의 기출 변형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열하다’는 건 무엇이지?
세상은 비열하다. 나는 이 세상의 일원이다.
슬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진실이다.
(본문)

책을 10여 년 만에 재독(再讀) 하고 나니, 주변에 크게 물질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거머쥔 부와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이 비례하는지 비교 검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응용의 심화단계로 들어가 그런 사람들을 여럿 알고 있다면 그 비교 군과 나와의 친분관계가 멀수록 그 비례 그래프가 더 또렷하게 보이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경험치의 틀에서 막연한 생각으로는 아마도 그럴 것 같다.

어쩌면 여러 특정한 관계에 묶여 있다는 이유로 그들이 나에게 더없이 좋은 사람으로 비쳤을지 모르지만 그 뒤에서 수군대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경악을 금치 못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날 ‘편집증’은 과소평가되고, ‘잠’은 과대평가하고 있다.
(본문)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글이므로 아마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책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절판되었기에 중고책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 것이다.

아직도 내용면에서나 가독성 면에서 시대를 초월한 해안을 가진 이 책이 매우 저렴하게 중고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시대적 가치 면에서 본다면 교보문고 인문학 차트에 상위권이 유력해야 한다고 감히 시건방을 떨어본다.

하긴, 이제 와 이 책을 읽어본들 뭔가 인생 치트키로서의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젠 그야말로 이 책을 통해 ‘아는 것이 힘이다.’ 부분에서 그 힘을 디펜스에만 몰빵해야 할지 모른다. 마키아벨리의 후예는 소수 정예로 그 정원이 이미 거의 꽉 들어찼기 때문이다.

간간이 T.O 가 나긴 하겠지만, 그 틈이 마치 바늘구멍같이 느껴질 것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이제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보다 더 비열하고 추악해져도 예전보다 못한 자리에 겨우 오르거나, 오르더라도 그들이 간혹 맛보았던 추락의 시기가 앞당겨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서두르기 바란다. 피라미드의 상층부를 차지한 마키아벨리의 후예들이 계층 사다리를 걷어차기 시작한 지도 꽤 시간이 흘러서 이제 그 사다리조차도 몇 개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대에 나는 이와는 다른 길, 이 책의 감사의 글에 작가가 말한 ‘그들은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라서, 도대체 어떻게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사람들’의 길을 찾아보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AI 기술의 범람에 피로한 사람들이 아날로그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듯이, 탐욕이 범람해 더 이상 탐욕이 탐욕이 아니게 된 때에는 절제가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위대한 개츠비>

**2017년 ‘미투 운동’으로 번진 할리우드 성추행 스캔들의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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