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을까?

<디 에센셜:조지 오웰> 양장본을 구하다

by 스투키

조지 오웰의 <1984>를 읽고 한 블로그에 감상을 써넣은 지도 어느덧 6년 반이 흘렀다.

당시에는 민음사에서 e북으로 출간한 것을 구매해서 읽고 또 읽었다.

그러다 몇 년 뒤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는 개인적으로 e북에 대한 거부감이 충만했을 시기라 다른 번역본을 종이책으로 구매해서 읽기도 했다.

때문에 민음사와 교보문고가 야심 차게 기획한 <디 에센셜>의 첫 번째 작가로 조지 오웰이 선정되었을 때, 이미 몇 번 읽어본<1984>가 메인 소스인 이 책을 굳이 사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을 넘어 아예 관심조차 없었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세상 돌아가는 꼴은 보니 디스토피아에 대한 향수(?)가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다시 읽게 되었고 그 비 인간적인 냉소적 비린내를 한층 더 진하게 음미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분야의 양대 산맥인 조지 오웰의 <1984>가 다시 한번 내 마음속에 문을 두드렸고 그 때 문득 이 책 <디 에센셜:조지 오웰>이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e북에 대한 거부감이 올라오던 몇 년 전과 비슷하게 이번에는 종이책 중에서도 ‘양장본’이라는 제본 방식에 끌리기 시작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미 이 책의 초판 양장본은 절판되었고 무선 보급판으로 판을 갈아치운 이후였기에 중고 시장을 알아보던 중 예상 밖의 상황에 맞닥트리게 되었다.

이 책의 초판 양장본은 중고 시장에 그리 많이 풀리지도 않았을뿐더러, 상태가 아주 좋은 것은 정가 이상의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허…

한 2주간 고민이라면 고민을 하던 중에 마침 최상급 판정을 받은 양장본 한 권이 다른 것에 비해 25% 정도 저렴하게 한 권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구매 버튼을 눌렀다.

여기까지가 새 책 같은 최상급 중고 서적 한 권이 내 손에 들어오게 된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그 책을 옆에 놓고 이 글을 작성하면서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되뇌어 보고 있다.

내가 원한 것은 독서였을까?

아니면 양장본일까? 아니면 허영이었을까? 아니면 내가 그냥 변태인걸까?

왜 굳이 이 책의 그것도 양장본을 구하려고 신경을 썼을까?

조지오웰의 <1984> 양장본은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도 많이 나와 있고 나도 초판 디자인을 적용한 코너스톤 출판사 것으로 한 권 가지고 있다.

생각해 보면 별생각 없이 이 책을 검색해 보다 절판이 됐다는 지점에서 한번, 그리고 그 책을 구하기 용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번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그때부터 거들떠도 안 보던 이 책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 것이다.

그 근거로 이 책의 배송이 완료되어 내 책상 위에 놓이자 그동안 점진적으로 증가하던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사그라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책을 읽고 싶으면 그냥 있는 거 읽으면 되는 거였다. 같은 책이 책장에도 한 권 있고, e북으로도 한 권 있는 걸 굳이 빳빳한 껍데기 하나 때문에 다시 구매한 나의 이 묘한 심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야심차게 신년 계획으로 잡았던 일본어 공부는 어제 책이 도착하자 마자 2틀째 책장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오늘은 독서의 열망이 낳은 책 한 권이 역시 같은 운명에 처 할 싹수가 보인다.

그러고 보니… 혹시 요즘 들어 내가 부쩍 책을 무서워 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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