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기 4

by Mean

그렇게 감격하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있을 때쯤

우리가 내릴 시간이 왔고 우리는 모두 거의 뛰어내리다시피 빠르게 하차했다.


그리곤 몇 초 남지 않은 횡단보도를 뛰어 우린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바다를 향해 뛰었다. 정류장과 조금의 거리가 있었지만 얘기하며 걸어가니 금방인 거리였고,


30초쯤 걸으니 푸르고도 깊고, 넓고도 평화로운 바다와 바다내음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바다는 푸르렀다.


그 무엇보다도 푸르고, 어떤 것보다도 반짝였다.


방금 전까지 아니 지금까지도 우리를 너무 뜨겁게 하던 햇빛이 바다를 만나니 눈이 부실정도로 빛나는 윤슬이 되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어찌 그리 빛날 수 있을까.

이 세상 어느 것도 따뜻한 햇살의 비침을 받는 바다만큼 빛날 수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바다의 전경을 넓게 보고 눈과 몸이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질 때쯤 우린 모래사장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사실 난 그런 우리를 상상했다.

파라솔 밑에 다 같이 앉아서 수다 떨며, 요즘의 고민을 나누며 실컷 여유를 즐긴 다음 바다와 깊은 마음속 안녕을 나누고 여유로이 다음 장소로 이동하길 꿈꿨다.


그것은 꿈일 뿐이었다.


현실은 모래사장 위를 걷는 것부터 관문이었다.

그늘 하나 없는 백사장이었기에 신발은 모래 속에 푹푹 빠져들었고, 설상가상 파라솔은 대여해야만 빌릴 수 있었다.


도저히 그냥은 못 있겠다는 결론에 도착한 우리는 파라솔을 대여하기로 했다. 7000원이라길래 이 가격에 저 의자와 책상까지 있는 거면 완전 가성비인데? 하며 자신 있게 계좌이체를 했으나

안내원 아저씨는 우리를 진짜 ‘파라솔’만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당연히 좌석과 함께 있는 곳을 예상했던 우리는 깜짝 놀라 왜 이곳으로 안내해 주시냐고 여쭤보았더니 파라솔은 진짜 파라솔이고 의자와 책상은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만원이나.


정말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17000원을 내야 의자와 책상이 있다고 확실히 안내해 주지. 그래서 다들 짐도 많고 모래 위에 앉을 자신 없던 우리는 결국 10000원을 더 냈고 다행히도 파라솔 아래 플라스틱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어찌나 멀리 있는 곳의 자리를 내주던지 가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게 우리에게 어떤 일을 불러일으킬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일단 자리를 잡았으니 다들 양말부터 벗기 시작했다. 남자멤버들은 반바지로 갈아입으러 갔고 여자멤버 둘은 양말 벗고 벌써 바다에 발을 담갔다.


나는 담그지 않으려고 마음먹고 갔으나 다들 온 김에 물을 적시겠다는 분위기에 휩쓸리듯 어쩌면 홀린 듯 나도 양말을 벗고 있었다.


그렇게 일단 벗고 나니 안 그래도 타서 어두운 내 다리와 발이 더 타겠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우선 그것보다 바다에 온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고는

막 뛰어다녔다.


사람의 체온이 정말 신기한 게,

방금 전까지 땀을 엄청 흘리고 있었는데

여름이지만 차가운 바닷물 덕인지 발이 시원해지자 어느새 내 몸의 땀들도 말라있었다.


정말 신기했다.


바다를 보고 눈에 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카메라 속에 담는 것도 너무나 중요한 우리는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바다도 찍고 너도 찍고 우리도 찍으며 순간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렇게 모래에 글씨도 쓰고, 바다에 출몰한 해파리도 건드려보고 (해파리의 촉감은 젤리 같고도 말랑했다), 사진도 왕창 찍으며 놀다가 남자일번이 발에 가시가 박혔다는 소식에 우리는 서둘러 다시 자리로 향했다.

워낙 나뭇가지, 미역 등 이물질들이 많았기에 조심해야 했는데 그러기도 쉽지 않았고 충분히 놀았으니 얼른 발부터 씻으러 가자고 했다.


그때부터 우리의 두 번째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