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바다에 발을 담그는 데에 의미를 두었지
그 발을 어떻게 씻느냐에는 아무도 초점을 두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우리는 발을 씻는 데까지 맨발로 가야 했고,
햇빛에 아주 뜨겁게 달궈진 모래사장은 정말이지 화상을 입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뜨거웠다.
그 와중에도 곳곳에 설치된 파라솔 밑은 그늘에 식어 덜 뜨거웠지만 우리가 가야 할 발을 씻을 곳까지는 평소걸음으로 약 3분 아니 5분도 걸릴 거리였는데
거기까지 맨발로 가는 건 진짜 남은 여행을 발 다 뒤집힌 채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하는 수 있는가.
우린 냅다 뛰었다.
마지막 파라솔을 지나서 대여했던 곳의 천막아래로 도망치듯 와 발을 식혔지만 정말 감당 불가능한 뜨거움에 결국 우리는 신발을 포기했다.
내 맨발을 포기할 순 없으니 그 순간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우린 결국 모두 발을 담근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발을 씻는 곳조차 뜨겁고 사람이 많아 제대로 닦는 것은 고사하고 설상가상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조차 수도 고장으로 사용이 불가능했다.
정말이지 이번 여행 중 우리 모두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몇 분이었다.
그렇지만 그 덕분에 여름 햇빛에 달궈진 모래사장의 위력을 맛보고 다들 같은 고통을 나누니 또 재미있기도 했고
발을 담근 것이 후회되는 선택이 아님은 확실하다.
그렇게 무사히 발을 닦고 파라솔 밑으로 돌아온 우리는 점심메뉴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다들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아침 7시 기차를 타고 그때가 아마 11시쯤이었으니 배고플만한 시간이었다.
국밥을 먹을까,
밀면을 먹을까,
깡통시장에 갈까,
치킨을 시켜 먹을까.
다들 온갖 의견을 내 왔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고
발을 시원한데 담그고 있지 않은 그 잠깐 사이에 우리의 몸은 그새 땀으로 적셔졌다. 그렇게 몇 분을 더 제자리걸음 대화를 하다 결국은 부산 깡통시장에 가기로 했다.
원래 계획에도 있던 곳이고 그곳에서 바로 서면으로 가면 되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아름다운 바다 앞에서 아쉬움을 감추고는 다시 정류장으로 향했다.
원래 타려던 버스가 너무 오지 않자 다른 버스를 알아보던 중 남자멤버들이 마트를 발견했다. 정말 가뭄에 단비 같은 마트였다.
물도 음료수도 없던 갈증상태의 우리에겐 정말로 한줄기 빛이었다.
그렇게 홀린 듯 들어간 우리는 각각 손에 물과 음료수를 두세 개씩 들고 나왔다.
냉장고에서 갓 꺼내 밖의 공기와 만나 겉 표면에 응결이 일어나는 중에 우리가 마셨으니 정말 시원한 상태의 음료들이었는데
땡볕에서 고생하다 마신 음료수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체력 충전을 하고 우릴 데려다줄 버스를 기다렸다. 다행히도 이번엔 앉을자리가 넉넉해서 다들 앉아서 시원히 갈 수 있었고 우리는 무사히 목적지에 내렸다.
내려서 조금 걷자 우리가 찾고 있던 깡통시장이 눈앞에 나타났고 우리는 둘러보기 시작했다.
서문시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모든 시장이 그렇듯이 그늘로 가려서 어두운 듯한 밝기지만 시끌시끌한 소음들 덕에 어수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끔은 그게 싫기도 하지만 또 가끔은 그 정도의 소리들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게 해 주기에 반갑고도 묘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대구가 아닌데도 거의 다르지 않은 분위기와 가게들로 인해 정겹기도 하고 또 익숙하기도 했지만 지금 당장 우리는 밥을 먹을 곳이 필요했기에 여러 곳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가게들이 정말 많지만 손님들도 가장 많고 무엇보다 에어컨이 있는 곳이 있다길래 우린 서둘러 그곳으로 들어갔다.
6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에 못 들어갈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들어갔고 음식들은 6개를 시켰는데도 3만 5천 원 정도였기에 꽤나 가성비 있는 식당이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듯이 감탄할 정도로 맛있다기보다는 배 채우기 좋은 정도의 식당이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꽤나 괜찮은 식사를 하고 우리는 지나오면서 봐놨던 철판 아이스크림 가게로 향했다.
가자마자 반겨주시는 직원분은 우리나라 분은 아니셨고 베트남? 그쪽 지역분이셨는데 ‘마싯써요 마싯써요 아이스크림 마싯써요~ 남자들 원래 많이 먹어요 언니들 너무 예뻐요 먹으러 와요~’ 하는 특유의 재치 있는 뉘앙스와 말들로 보고 듣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우리가 간 뒤 사람들도 북적북적 모이기 시작했다.
철판 아이스크림 만드는 걸 유튜브로는 정말 많이 봤는데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지만 쫀득하고 시원한데 또 젤라토 같기도 한 신기한 식감에 너무나도 놀랐고
무엇보다 배를 아주 든든히 채워줘서 정말 맛있고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