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눈과 귀, 입 모두
유쾌하게 채워준 후 우리는 서면으로 향했다.
서면은 자갈치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부산 지하철은 참 여러 번 나와 우리를 놀라게 해 주었다.
대구는 지하철 문이 양쪽으로 나있지만 한쪽으로만 열린다.
또한 지하철 안내 문구 전광판이 각 칸의 앞 뒤에 붙어있어 언제나 볼 수 있는데 부산의 지하철은 안내문구 전광판이 칸의 중간에 위치해 있었고,
당연히 한쪽으로만 열릴 줄로만 알고 있었던 문이 열려
나를 당황시켰다.
그러니까 부산 지하철은, 부산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 지하철들 중 대부분의 문들도 양쪽으로 열린다는 것이다.
그걸 몰랐던 우리는 아무런 의심도 못한 채 문에 기대고 있었고 덕분에 아주 놀라게 되었지만 지하철 문이 양쪽 다 열릴 수 있다는 지식을 얻었기 때문에 꽤나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대구는 지하철 역의 거의 모든 역이 대리석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부산의 역들은 붉은 벽돌로 이루어져 마치 길거리 보도블록의 형상을 떠올리게 했는데 알고 보니
옛 양식 그대로 유지되고 있던 것이었고,
대리석으로 바뀐 것이 새로 리뉴얼된 것이었으나 나는 오히려 부산의 보도블록양식이 더 정감 가고 개성 있다고 느껴졌다.
누군가는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다는 불편함을 토로하겠지만 이렇듯 옛 감성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역들의 모습이었다.
역들 이름도 참 신기했다.
자갈치,
명장,
온천장,
장전 등등
정말 신선한 느낌의 역이름들이 많았는데 이 점은 부산사람들이 대구에 와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하철과 사람구경을 하다 보니 어느새 서면에 도착했다.
부산의 지하철 역들에 내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었다.
부산의 역들은 정말 크다.
우리가 동성로에나 가서 볼 수 있을 듯 한 지하상가들이 각 역마다 다 있었고
그 덕분에 역 출구도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13번 출구 이상으로 나있는 것과 같았으니
정말 지하철역 스케일도 엄청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두려워할 것 없었다.
출구만 더 많을 뿐, 거리와 역들 모두 대구와 동일하다.
서면은 대구의 동성로와 같다는 소리를 듣고서
부산에 왔는데 정말 그랬다.
차이나 타운에서 오면서부터 얘기했던 빙수를 먹기 위해 우린 설빙을 찾아 떠나고 있었는데 설빙의 위치가 또 서면의 중앙과 가까웠기에 동네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설빙 앞에서는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자체 공연을
즐기고 계셨고 그 앞은 마치 동성로 중앙 광장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정말, 너무 기대할 것도 너무 두려워할 것도 없었겠다는 생각을 안겨주는 서면의 모습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또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더위를 피해 들어간 설빙 안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더위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꽉꽉 차 있었다
그리고 그 덕에 우리는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나누어 앉을 수 있게 되었다.
맛있게 먹고 또 잘 쉬었지만 가장 웃겼던 포인트는
여자 책상은
온갖 화장품과 거울, 과자 등등으로 지저분해져 있었는데 남자 책상은
정말 하나의 먼지도 없이 빙수그릇만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너무나 놀랍기도 하고 또 웃기기도 했다.
이게 바로 남녀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또 좀 깨끗하게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한 시간이었다.
한 시간쯤 있었을까
적당히 땀도 식고 시원해졌으니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했는데, 이따 광안리에 가기 위해 시간을 적당히 남겨두어야 했지만 일단 노는 것이 중요했기에 우리는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보드게임 카페로 향했다.
그쪽으로 가니 정말 동성로 같았다.
동성로 안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오락실과 옷가게들과 마찬가지로 서면에도 들어가니 정말 똑같았다.
정말 이질감 없이 느껴지는 동네 분위기에 왜인지 반갑기도 했다. 그렇게 대구와의 차이를 발견하다가 우리의 목적지인 보드게임카페로 향했다.
사실 그곳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약간은 서먹서먹함이 있었다.
대화도 성별끼리 나누어져서 하고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보드게임카페 이후
우리의 긴장감과 어색함은 다 떠나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