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열여섯들의 기차여행
오늘은 몇 주간 손꼽아 기다려왔던 날이었다.
누군가에겐 그저 별일 아니겠지만 친구들과 처음 다른 지역에 가보는 것이었기에 설레기만 해도 부족했다. 우리가 정한 목적지는 바로 부산이었고, 대구와 그리 멀진 않지만 차도 어른도 동행하지 않았기에 뚜벅이로 놀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런 여건이라면 어른들이어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새벽부터 일어나 일주일 전부터 정해놓았던 예쁜 옷을 입고 동트는 새벽아침 6시, 집을 나섰다.
기차역이 뭐라고 길 잃을까 걱정되던 엄마는 나를 데리고 예행연습까지 갔다 왔던 터라 혼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만 다행히도 역까지 가는 기차역에서 여자멤버 둘을 만났다.
그 둘과는 거의 가족보다도 많이 보는 사이라서 매일 투닥투닥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하루 안 봐도 보고 싶은 애정과 우정의 관계인데, 셋 다 설레는 첫 여행에 다들 안 봐도 들떠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지하철을 타고 달려 역에 도착해 우리가 탈 기차역에 먼저 가봤다. 요즘 워낙 기차를 탈 일도 없고, 항상 매체에서만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니 다들 말문이 막힌 채 감탄만 했다.
일단 그렇게 우리가 탈 게이트를 알아보고 나머지 남자멤버 셋이 왔다는 소식이 서둘러 역 안으로 올라갔다.
평소와 다르게 멋있게 꾸민 친구들을 보니 새로운 느낌이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여섯은 동대구역에서 만나 각자의 설렘을 나눴다.
편의점도 들리고 화장실도 들리고 할 것을 마친후에 드디어 아까 미리 가봤던 기차역에 진짜로 타러 갈 시간이 왔다. 우리가 탈 기차가 아닌데도 느껴지는 압도함에 우리는 쉴 새 없이 놀라곤 했다.
그중에서도 나는 유독 사진에 집착하는 사람인 것 같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을 매우 공감하기에
유행? 하는 넘어지는 영상을 찍자고 애들을 부탁하며 졸랐다.
졸랐다기보다는 같이 찍자고 한 게 더 어울리겠지만.
다들 고맙게도 흔쾌히 그러자고 해주는 덕분에 우리는 기차철도를 배경으로 예쁜 영상을 찍었다.
다들 어찌나 그리 환한 미소를 품고 있는지 그 순간 우리는 너무너무 빛났다.
기차역 구경도, 사진도 다 찍은 우리는 드디어 무궁화 기차에 올랐다. 나는 여태 KTX만 타봤던지라 꽤나 떨리는 마음이었는데 무궁화기차는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KTX보다 높은 층고지만 낮은 목받이덕에 살짝 고개만 돌려도 같은 기차 탑승객들 얼굴을 모두 볼 수 있었고, 함께 앉기 위해 돌려 앉은 좌석끼리는 무릎끼리 맞닿게 되어 어색하고도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가장 놀랐던 건 의자 뒤 책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덕에 여자일번은 화장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들 짐을 둘 데 없어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 덕에 좀 더 복닥복닥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 시간 반, 좀 더 길었다면 더 재밌었을듯한 짧고도 긴 아쉬운 시간을 지나 우린 부산역에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