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의 멤버 한 명만 보고 뛰었던 지라
여자멤버 둘이 어디로 갔는지는 보이지도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각 문마다 앞을 막고 서있는 사람들 덕분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을 깨닫고는 정말 패닉이었다.
결국 남자멤버 둘이 탄 칸 앞에서 문이 닫혀버려 탄식을 하고 있을 때 일단 여기서 어떻게 할지에 대한 두려움에 쌓인 채로 멈추었는데,
그 순간 옆을 돌아보니 한 명이 있었다.
그 친구, 즉 남자멤버일번도 나와 같이 낙오되었던 것이었다. 그 친구가 못 탄 건지 밀려 나온 건지 어떻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나 혼자 남겨진 것이 아니란 생각에 염치없게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탄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나머지 여자 멤버들한테 전화해 보니 그 둘은 벌써 타고 없었다.
진짜 둘째고 다들 타고선 떠났다.
일단 어쩔 수 있나 하는 생각에 내려야 할 역을 알아보고, 목적지까지 가는 지도를 켜놓고서 우리는 다시 다음 지하철을 기다렸다.
서면역에서 수영역까지는 11 정거장이었는데
부산은 역마다 길이가 길기에 약 2-30분 넘게 타고 가야 했다.
사실 나는 그 멤버와 그때 거의 처음 말해본 것 같다.
같이 어울려 놀기는 했지만 딱히 말할 기회가 없었기에 별 기대 하지 않았는데 스몰토크 잘한다고 자부하던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나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대화해 주는 덕에 민감하지 않고 가벼운 대화 주제들로 분위기를 풀어주어서 아주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또한 아까 탔다면 사람들끼리 낑겨타는 지옥철이었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을 텐데
우리가 탄 지하철은 사람도 적어서 쾌적하게 탈 수 있었다.
어쩌면 좀 더 편하게 가기 위해서 이런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어찌 됐든 그렇게 편하게 이동한 뒤에 수영역에 내려
무사히 친구들을 다시 만났다.
만나서 우린 우리가 아주 당황했던 이야기도 하고
나머지 인원들의 이야기도 듣고 하며 아주 신나게
얘기도 하고 아주 허겁지겁 고기도 먹었다.
그때부터였다. 내 속이 안 좋아진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