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서 지내다가도,
혹은 집에서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 이거 너무 질리는데',
'이거 너무 진부한데? 너무 많이 해봤어.' 싶은 것들.
그런 것들은 많다.
새 학기 첫날, 삼각형 이름 팻말을 만든다던가,
수년째 같은 날, 같은 장소로 뮤지컬을 보러 간다던가,
매번 같은 이력서를 다른 회사에 말만 바꾸어 낸다던가.
난 이런 것들이 불필요하다고 여겼다.
새로운 것들만 하며 가득 채워도 부족한 게 시간인데
어째서 이런 것들을 해야만 하는가.
그런데 요즘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만약 새 학기에 들어 삼각형 이름표 접기를 해보지 않았더라면.
같은 이력서지만 내보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그걸 잘할 수 있다고. 뭔지 안다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며 자의로든 타의로든
질리고, 진부하고, 너무 기본적이라 재미없는 것들을 경험해보지 않았더라면
지금 내가 자신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이
과연 몇 개나 있었을까?
앞으로의 삶에서 자신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기 위해서,
또 더 다채로운 경험들을 해보기 위해서
오늘도 진부하지만 삶을 채워가는 일들을 하며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