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구원이 아니었다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를 미루고 있을 뿐

by 허상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절망이 된다.

사랑은 과해지는 순간 집착으로 이름이 바뀐다.

이 변화에는 감정도 서사도 필요 없다. 결과만 남는다.


구원을 바라는 사람들은 대개 취약하다.

그들은 희망을 붙잡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희망에 매달린 채 버텨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끊어지는 순간,

사람은 스스로를 지탱할 언어를 잃는다.


원망과 증오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다.

조용히, 서서히, 일상처럼 스며든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공백이 남고,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후회다.


후회는 항상 늦게 도착한다.

아무리 빨리 깨달아도 이미 한 번은 지나쳤고,

반복된 실수는 교훈이 아니라 마모를 남긴다.

자존감은 그렇게 닳아 없어진다.

소리도 없이.


인간은 어둠 속에서도 살아남으려 한다.

그 태도는 숭고하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그저 죽지 않기 위해 움직일 뿐이다.

그래서 희망을 미워하면서도 폐기하지 못한다.


기적을 믿어서가 아니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상태가

가장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희망은 구원이 아니라 연명 수단이고,

꿈은 의지가 아니라 관성에 가깝다.

사람은 오늘도 희망을 말한다.

이미 배신당할 것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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