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인간 실격

by 허상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이 말은 내가 좋아하는 책 인간 실격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성인이 되어 처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저 구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내가 죽기 전에 마지막 말을 남겨야 한다면, 저 말이 떠오를 것 같다.

한때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지 못할 때, 나는 아버지께 질문을 드렸다.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아버지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라고 하셨다. 아버지의 신념이 무엇인지 묻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릴 적 내게 아버지는 굉장히 무서운 분이었다. 좋은 추억이라고 할 것도 없고, 크게 의지가 되었던 분도 아니었지만, 힘들 때마다 아버지의 말이 떠오르곤 했다. 그리고 그 말은 내게 깊게 자리 잡았다. 그때부터 내가 무엇을 하든,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돈이 내 삶의 전부였던 그때, 그 말 덕분에 옳지 않은 길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은 점점 잊혔고, 나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실수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사랑에 눈이 멀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나는 어리석게도 그 순간을 놓쳐버렸다. 후회해 봤자,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뒤였다.

그때 후회가 밀려올 때마다, 나는 "왜 그때 그 소중함을 알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때 곁에 있었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았다. 지금 와서 후회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홀로 남은 지금, 외로움에 잠겨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밀려드는 생각에 머릿속이 터질 것만 같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도 내가 지킬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돌아갈 수 없다면,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밖에 없는데,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길이 보이지 않고, 다리는 바닥에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내 죄들이 마치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 같다. 금방이라도 저 멀리서 차가 달려와 나를 칠 것 같은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죽어버리면 마음이 편해질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겁이 많아서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가 죽으면, 누군가가 슬퍼할까?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저지른 잘못들을 모두 알고 나서도, 나를 진심으로 슬퍼해 줄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는 나이가 어리다고, 얼마나 살아봤다고 이런 소리를 하냐고 할지도 모른다. 나의 죽음에 대해 어리석다고 욕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 내 옳고 그름을 판별하는 건 내 자신이고, 그런 내 자신이 너무 많은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스스로에게 부끄러워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차마 부끄러워 내 삶을 전부 적어내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내가 죽게 된다면,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들이 가진 모든 근심과 걱정도 내가 안고 가고 싶다. 그렇게라도 그들이 조금이나마 안식을 얻을 수 있기를. 그렇게 나를 조금은 용서해 주기를 바란다.

먼 훗날, 살아서 이 글을 다시 보게 된다면, 나는 아마도 절대 "철없었다"며 웃으면서 읽지 못할 이 글은 나의 고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