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해
사랑을 정의하지 못한 채, 나는 늘 사랑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릴 적,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 안간힘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사랑은 조건 없는 것이라 들었지만, 나는 그 사랑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습니다.
표현에 서툴렀던 우리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끊임없이 상처를 주고받았습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그 모든 어색하고 서툰 순간들이 사실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러나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결핍 속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나는 사랑받고 싶었습니다.
나라는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끊임없이 나 자신을 증명하려 했습니다.
그 결핍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되어, 나는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핑계를 대거나 변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내가 겪은 고통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큰 고통을 느꼈을 그들에게, 몇 번이고 사과해도 용서받을 수 없음을 잘 압니다.
나는 상처받는 것이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누구에게 상처를 줄 리 없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누군가에게 상처였고, 후회였고, 지울 수 없는 악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일어섰습니다.
우울에 잠겨 쓰러져 있기만 할 순 없었기에, 다시 한번,
이번엔 제대로 된 나만의 사랑을 찾아보자 결심했습니다.
그 후에도 여러 번의 만남과 실수, 후회, 고통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진짜 사랑이라 여겨지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당신에게 나는 아무런 방어도 없이 빠져들었고,
수많은 눈물 끝에 마침내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결국 사랑을 '지금 사랑하는 그 사람'이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어떤 고난이 오더라도 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고, 꼭 그렇게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잘못들이 화살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몇 번이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텨왔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버티기만 해야 할까요.
알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잘못을 바로잡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마음이 그걸 따라주지 않습니다.
이 또한 사랑일까요.
아니면 아직도 나는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걸까요.
내가 내렸던 사랑의 정의는, 사실 사랑이 아니었던 걸까요.
나이가 더 들면 알게 될까요?
아니면 몇 번 더 후회하고, 몇 번 더 상처받아야 알 수 있을까요?
과연 ‘사랑’이라는 감정에, 정의란 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요.
사전은 사랑을 "누군가 혹은 어떤 존재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라 말합니다.
철학자들은 에로스, 아가페, 플라토닉 등 각자의 언어로 사랑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나는 남이 말하는 사랑이 아닌, 나만의 사랑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울고 있습니다.
내가 내렸던 사랑의 정의,
그 사람을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매일 다투고, 서로를 미워하고, 울리기도 하고,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등을 돌리다가도 결국은 다시 함께 있는 그 사람.
그를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이게 과연 올바른 걸까.
정말 사랑이라 믿고 싶은 나의 환상일 뿐은 아닐까.
그 사람 앞에서는 고장 난 기계처럼 됩니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던 것들이 하나같이 견딜 수 없게 느껴지고,
사소한 일에도 서운하고, 화가 납니다.
이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저의 진심입니다.
나는 그를 사랑하는 만큼, 나도 사랑받고 싶습니다.
그가 나를 아껴주고, 신경 써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 바람들이 오히려 그를 더 힘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매번 피곤하고 지쳐 있는 그의 모습이 안타까워
더 잘해주고 싶지만, 번번이 실수만 하는 나 자신이 미워집니다.
너무도 유치하고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걸 알기에, 이 속마음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사랑이라면,
어쩌면 그만두는 게 서로를 위한 길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린 서로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나는 나 자신을 원망합니다.
사랑을 몰랐던 내가, 잘못 살아온 내가,
결국 벌을 받고 있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