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

이유 없는 슬픔은 없다지만

by 허상

5월의 어느 날, 저는 삶의 의욕을 잃었습니다.

그날은 왜 살고 있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던 날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합니다.

"지금 겪는 고통은 언젠가 아무것도 아닐 거야."

하지만 지금의 제게는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당장 주어진 일 하나하나가 모두 고통처럼 느껴지니까요.

심지어 숨을 쉬는 일조차, 이제는 너무 힘겹습니다.

요즘 저는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생각을 멈추게 해주는 유일한 도피처처럼요.

하지만 에세이는 잘 손이 가지 않습니다. 다 비슷비슷한 말들, 진부한 문장들.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 글로 위로받고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면, 그건 정말 다행인 일이죠.

다만 지금의 제게는 그런 문장들이 그저 반복되는 말처럼만 보일 뿐입니다.

어릴 적 제가 꿈꾸던 20대 중반의 모습은 지금과 너무 달랐습니다.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며 바쁘고 보람찬 하루를 살아갈 줄 알았죠.

하지만 현실은… 인간관계도, 일도, 모두 실패한 채

그저 혼자 남겨진 제 모습만이 남았습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힘도, 용기도, 이제는 없습니다.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기에,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괴롭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약을 한꺼번에 털어 넣고 잠든 밤,

내심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더 많이 먹어야 했던 걸까? 그런 생각도 스쳤습니다.

아침 햇살이 방 안을 비출 때, 눈을 뜨는 게 두려웠습니다.

그 빛조차 미워 다시 약을 입에 넣었습니다.

몸에선 힘이 빠지고, 정신은 몽롱해졌습니다.

‘만약 내 마지막이 이렇게 고요하게 다가온다면,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내야지.”

그런 마음도 잠깐입니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무겁고, 저는 그 무게에 짓눌려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왜 이렇게 마음이 공허하고, 모든 게 버거운 건지.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겠죠.

능력도 있어 보이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사람처럼요.

하지만 속은 비어 있고, 저는 제 안에서 천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유 없는 슬픔은 없다”라고 하죠.

하지만 아무리 곱씹어봐도, 그 이유를 찾지 못하겠습니다.

슬픔이 먼저였는지, 후회가 원인이었는지…

이제는 그것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후회를 고치기에 용기가 없고,

오늘 하루를 살아내기엔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멍하니, 숨만 쉬고 있을 뿐입니다.

숨조차 무거운 이 계절에,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불편하기만 합니다.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어쩌면 살고 싶은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