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아이

어른이라는 이름의 무게

by 허상

어릴 적 나는
어른이 되면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좋은 차를 타고
멋진 집에 살고 있을 거라 믿었다.


좋은 사람을 만나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으리라
당연히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경찰관, 군인, 선생님.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그런 멋진 어른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꿈은 희미해졌고,
현실의 벽 앞에서 나는
조금씩 나태해졌다.


하고 싶은 일보단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찾게 되었고,
그마저도 불가능하게 느껴질 땐
좌절감이 밀려왔다.


나는 정말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걸까.
그 목표를 향해
한 번이라도 미친 듯이 달려본 적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없었다.


‘꿈이 사라졌다’기보다는
‘하고 싶은 게 없어졌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때 나는
더 노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의 냉정함을 핑계 삼아
스스로를 위로하기 바빴다.


돈이 없어서,
경험이 부족해서,
기회가 없어서.

핑계를 댈수록
나는 점점 자신감을 잃었고
용기 또한 사라졌다.


남은 건
볼품없는 내 모습뿐이었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유독 초라하게 느껴졌다.


학원에서 일하던 시절
잠깐 빛났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나름 잘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남들보다 조금 덜 자고
조금 더 공부했을 뿐이다.


어릴 적 더 열심히 살았다면
그렇게까지 애쓰지 않아도 되었을까.


결국
게으름이 벌이 되어
되돌아온 것뿐이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건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아이였던 내가
어느새 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감당하기엔 그 무게가 너무 컸다.
아이들 앞에서 떨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 순간은
인생에서 손꼽히게 강렬하게 남아
지금도 기억이 또렷하다.


그날 나는
미치도록 울었다.

다시는 학원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되뇌며
그때의 기억을 지워내려 애썼다.


지금도 가끔 그때의 장면이
트라우마처럼 떠오르곤 한다.


물론
이것도 핑계일 수 있다.

결국 그 일은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고
누구 탓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한 거야."
"많이 올라온 거야."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였지만
그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일을 겪은 이후로
사람들의 눈을 마주 보는 게 두려워졌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이 두려워졌다.


지금은
한 사람, 한 사람과는
괜찮게 대화할 수 있지만

‘앞’에 서는 일은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도대체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어른이 된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 같다.


몸은 자랐지만
마음은 아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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