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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og -1

05 Feb 2025

by 코코맘

몸이 무겁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내가 가진 것 모두가 '좋은' 것일 수만은 없기에, 일부 '나쁜' 것도 갖고 있다.

나쁜 것 중 하나는 hormonal cycle이 있는 성별로 태어났다는 것이고, 그 hormonal cycle에 의한 mood change가 심한 기질을 가졌다는 것이다. Abdominal cramps는 NSAIDs만 먹어주면 또 그럭저럭 지낼만해서, 한 알, 두 알 삼키며 밤도 새웠는데, 이 놈의 mood change는 잊을만하면 또 새롭게 다가온다.


불평불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어찌 하리.


요 몇 달 자리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지를 못하고, 여기저기 다니며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가라앉는 기분 덕에 오랜만에 책이 읽고 싶어진다.

운동 후에 늘 치솟던 입맛도 웬일인지 없다.


의사 선생님이 쓴 육아 블로그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매일 기록하며 상황을, 아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하면 후회가 덜 남는 육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차분하게, 해야 하는 일을 하려 한다.

아무래도 내 방어기전은 회피와 지식화인 것 같다. (가끔은 승화..)

불편하다고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객관적인 사실이나 지식, 관념으로 누르려 한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를 분석하고, 제거가능한 요인을 제거하려 한다.

지금 기분에 영향을 주는 건 hormonal change, paper works that I procrastinated, physical fatigue due to excessive exercise, being afraid of the new job that'll be on soon.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수많은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져 있어 원인을 제거하면 결과도 해결되는 식이었다.

그런데 최근 어떤 분과 대화를 하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고...


몇 달 전 아는 언니와 밥을 먹으며, 나이가 더 들면 더 행복해질 것 같다고, 나이가 좀 더 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걸 의식적으로 알고는 있으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실제로 구분하는 일을 나는 곧잘 하지 못한다.


지금 기분에 영향을 주는 것들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그냥 지금 기분이 이렇구나, 바라볼 수밖에.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을 멍 때리며 바라보듯.

지나가는 자동차와 흔들리는 커피잔을 그냥 바라보듯.

그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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