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로

아름다운 작별-예리 윤정화
정리를 하기 싫어도
때가 되면 하게 되리라
버릴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오더라
생애 마지막 순간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유품들이
생전 아끼던 귀한
물건도 임자가 떠나면
쓰레기가 되고 말더라
생애동안 집착했던 일들
한순간 물거품 되어라
빈손으로 왔다가
추억과 기억만을
가지고 세상 떠나면
그걸로 행복한 사람이여라
마지막 순간을
어떤 생각으로
걸리는 것을
정리하련가
빈자리가 그리운 사람이
잘살았다
얘기할 수 있겠다
사후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에 몰입하듯
내가 한없이 사랑하는
동행자를 위하여
남길 수 있는 품격으로
최후까지 품위를
유지하기를
죽은 자는 말이
없어라
유작이 말해주리라
아름다운 작별을 연습하며
우리는 정리를 싫어한다.
아직 끝이 아니라는 핑계로,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손에 쥔 것들을 놓지 못한 채 시간을 미룬다.
하지만 삶은 늘 정직해서, 준비되지 않았어도
정리의 순간을 정확한 때에 데려온다.
버릴까 말까 망설이던 물건들 앞에서
문득 생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그 물건들이 사실은 나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끼던 것, 집착하던 것, 놓지 못했던 것들.
그러나 주인이 떠난 뒤, 그 모든 것은
아무 말 없이 의미를 잃는다.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삶이 끝날 때까지 붙잡고 있던 것들이
사실은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
그리고 결국 빈손으로 떠난다.
다만 그 사이에 남기는 것이 있다면
그건 물건이 아니라 기억이다.
함께 웃었던 순간, 말없이 건넸던 배려,
곁에 있었기에 덜 외로웠던 시간들.
그래서 떠난 뒤에야
사람의 삶은 평가된다.
그의 말이 아니라,
그의 부재로.
빈자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사람,
없어져서 더 자주 떠오르는 사람,
그런 사람은 잘 살았다고 말해도 좋겠다.
그는 많은 것을 남긴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남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말이 없다.
변명도, 설명도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삶이 남긴 흔적이
조용히 말을 건다.
글이 되고, 음악이 되고, 태도가 되어
남아 있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며
조금씩 작별을 연습해야 한다.
집착을 내려놓는 연습,
사랑을 남기는 연습,
마지막까지 품위를 잃지 않는 연습.
삶이 끝날 때
말이 필요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
존재 자체가 하나의 유작이 되기 위해.
아름다운 작별은
잘 살아낸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마지막 인사다.
어머니의 로맨스-예리 윤정화
어머니 생각에 잠기어 봅니다
무심한 마음에 상처가 나셨죠
그동안 얼마나 고독하셨나요
이 못난 자식을 용서해 주소서
계실 땐 가치를 잘 몰랐습니다
어머니 마음의 숭고한 사랑을
저절로 된 것이 없음을 배워요
희생은 아무나 할 수 없었음을
어머니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려요
내리사랑 온전히 다 채워드릴 길 없어
애석하게 부질없는 눈물만 솟구쳐요
낳으셨고 길러주셔서 불쌍한 어머니
애석하게 부질없는 눈물만 솟구쳐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우리 어머니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계신 곳은 춥지 않은지
꿈속에 자주 얼굴 비추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떠나셨다는 게
도무지 실감 나지 않고
제 주변을 맴도네요
그것은 어머니의 흔적이
남아있어서겠지요
천국을 물려주고 가신 어머니
순수한 모습으로 일평생
살다가신 어머니
너무 보고 싶지만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어머니가 되었어요
어머니는 참을 인자가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되어야 살아나가지 대요
어머니 이름 부르면
온 세상을 다 안은 느낌이네요
남들은 자녀들이 더 좋다는데
저는 왜 어머니가 그토록 사랑스러울까요
어머니 사랑해요
나는 음악으로 엄마를 한 많은 인생살이
야속한 님들이 많은 세상을
이기고 버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엄마는 사랑하는 아들을 일찍 가슴에 묻으시고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어하셨다.
그때 당장 버팀목이 되어준 것이
음악이었다.
특히 딸이 곁들인 피아노 반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만들어 주니까
너무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사실 그때부터 희망을 가지고
사셨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독 갑작스러운 사고와 불운으로
세상을 버티는 일이란 누구에게나
정말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별 볼 일 없고 영향력이 못 미치는 경우에는
어떤 억울함이 있을지라도 그대로 당해야만 했다.
지금도 누군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여다보면 요즘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해도
그들만의 리그세상에서
실전을 펼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런 인생에 단비 같은 시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깊은 회한과 사랑,
뒤늦은 깨달음을 담은 추모의 서정시로
마음을 위로하여
나 또한 이하루를 끊임없이 다독이면서
견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요즘 삶이 그렇게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는 깊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적마해 뜨는 모습을 가족들과 모두
지켜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로 떠난
식구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서
슬픔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나는 갈길이 멀었기 때문이리라!
이따금씩 너무 힘들면
주저앉아서 엄마한테 주저리주저리
안부 인사하듯 말할 때도 있다.
그러면 울분이 조금 가라앉는다.
너무 오랫동안 독백을 하지는 않는다.
어서 정신 차리고 다음 시간을 말없이
인내하며 살아내야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