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미> UX 라이팅 개선하기 (2)

<나홀로 라이팅 스터디>

by 펜잡




UX 라이팅 공부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물론 아직 밥벌이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그동안 다양한 텍스트에서 느꼈던 불편함이 그저 내 기분 탓이 아니라, 설명 가능한 현상이었음을 깨닫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중 내가 가장 크게 느꼈던 불편은 '비일관성'이다. 오늘은 알라미 라이팅 개선안을 보여주기 이전에, 이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하려 한다.



불쾌한 골짜기.PNG 불쾌한 골짜기의 대표적인 예시



비일관적인 라이팅은 왜 우리를 불편하게 할까? 난 이를 '불쾌한 골짜기' 때문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로봇이 인간과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감이 커진다는 이 개념은 서비스의 언어에도 적용된다. 서비스의 목소리에서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 때, 우리는 이 골짜기에 빠진다. 여기서 '인간미'란 단순히 친절하고 따뜻하다는 의미의 '인간다움'을 뜻하는 게 아니다. 언어라는 매개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 '맥락의 일관성'을 의미한다.



우리는 온종일 언어를 통해 타인과 소통한다. 우리는 술집에서 친구와 농담을 하다 갑자기 정중한 비서의 말투로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처음 본 연장자를 자녀처럼 대하지 않는다. 소통은 대상과 상황이라는 맥락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이 일관적인 맥락을 통해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유추하고, 형성하며, 강화한다.



그러나 다양한 IT 서비스를 이용하며, 우리는 이 일관성의 어색한 줄타기를 종종 목격한다. 한 화면에서는 반말로 친근하게 말을 걸다가, 다음 화면에서는 갑자기 '~습니다' 문체로 딱딱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식이다. 서비스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목소리가 없을 때, 우리는 이질감과 거부감을 느낀다. 잘 설계된 줄 알았던 서비스가 순간 어설픈 로봇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분명 개발진의 손이 닿았을 텍스트에 '인간다움'이 느껴지지 않는 현상. 이는 UX 라이팅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부분이다.



서두가 너무 늘어지는 것 같다. 오늘 개선할 부분은 <알라미>의 설정 화면이다. 아래 설정 창에 있는 가이드 텍스트들을 훑어보자.


Frame 4.png



언뜻 보면 모든 문장이 ‘~요’로 끝나는 ‘해요체’를 사용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이 정도면 톤앤매너가 일관적인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단순히 문체의 어미를 맞췄다고 해서 텍스트가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 화면에서 발견한 ‘어색함’의 근원은, 설정 기능을 보완 설명하는 가이드 텍스트의 페르소나와 역할이 서로 불일치하다는 점이다.



1) 페르소나


UX라이팅에서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는, 텍스트가 통일된 화자가 말하는 것처럼 들릴 때 브랜드의 정체성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면 속 텍스트는 최소 세 명의 다른 화자가 등장한다.


가령, "알림 권한을 필수로 허용해주세요"는 일반적인 가이드 텍스트의 톤이다. 차분하게 기능에 대한 설명을 안내하는 목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오늘 정말 추워요. 따뜻하게 입고 나가요." 이 문장은 어떤가? 기능에 대해 설명해 주는 페르소나는 사라지고, 갑자기 다정한 애인이 와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케팅 수신 동의 항목에서 이 페르소나는 또 한 번 달라진다. "혜택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라고 갑작스레 열정적인 마케터로 변한다. 설정 항목에서 이렇게 수없이 돌변하는 목소리 때문에 <알라미>의 톤앤보이스는 일관성을 잃는다. 여러 인격을 가진 상대와 대화하는 느낌은 사용자에게 피곤한 이질감을 준다.



2) 역할의 비일관성


이 페르소나의 비일관성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바로 역할의 비일관성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설정 텍스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은 뭔지 간략히 짚고 넘어가보자. 사용자는 어떤 의도로 설정 화면에 진입할까? 바로 서비스 경험을 개인화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나의 취향과 의도에 맞게 설정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어떤 텍스트가 필요할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알라미의 몇몇 텍스트는 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오늘 날씨 알람' 에서는 명확한 기능 설명 대신 "정말 추워요"라며 알림 푸시 메시지의 예시를 보여주고, (심지어 지금은 8월 이다.


'마케팅 수신 동의'에서는 갑작스레 "혜택 당첨!" 이라고 말한다.


사용자는 이러한 텍스트를 보면 맥락에 맞지 않는 정보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통제권을 빼앗긴 마음까지 든다. 심지어 이 앱을 오래 사용한 나도 '내일 알람 리마인더' 항목이 어떤 기능인지를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 화면에서 개선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이 설정 항목을 변경하면 서비스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려주는 가이드 텍스트의 '역할'에 충실하며, '일관된 페르소나'로 가이드 텍스트를 다시 작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기준 삼아 간략하게 개선안을 써 봤다.




1. 배터리 절약모드



알라미 설정 개선안 1.png


문제점



현재 문구는 토글을 켰을 때 시스템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려주려는 '의도'는 명확히 전달한다. 정보 제공이라는 기본적인 '역할'은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두 가지 별개의 상황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고'라는 연결 어미 하나로 묶어, 마치 하나의 기능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능을 활성화했을 때 사용자가 경험하는 변화를 다시 정리해 보자.


1. 알람음이 기본음으로 변경된다.
2. 스마트폰이 '무음 모드'일 때는 알람이 울리지 않게 된다.


현재의 문구는 이 두 독립적인 기능을 하나의 연속된 동작처럼 느끼게 한다. 이는 사용자가 기능을 오해하고 정확한 작동 방식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앞서 말한 '역할의 비일관성' 문제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용어 사용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보인다. <알라미>에서는 대부분 '알람 소리'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데, 유독 이곳에서만 '벨소리'라는 다른 표현을 사용한다. 일관성이 지켜지지 못한 것이다.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차이지만, 잘 다듬어진 UX 라이팅이란 이런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개선 근거


내가 이 텍스트를 "알람 소리가 기본 설정 소리로 변경돼요 \ 무음 모드일 때는 소리가 나지 않아요"로 개선한 근거는 이렇다.


우선 사용자가 변화를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게끔, 두 개의 기능을 명확히 분리하여 보여주고자 했다. 기존 문장이 '~고'라는 연결 어미로 두 기능을 하나의 기능처럼 보이게 했던 것과 달리, 두 줄의 독립된 문장으로 완전 분리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소리 모드'일 때와 '무음 모드'일 때의 결과를 각각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이는 설정 텍스트의 핵심 '역할'인 결과 예측을 돕는다는 원칙에 충실한 개선이다.



둘째, '벨소리'를 '알람 소리'로 수정하여 앱 전체의 용어 일관성을 확보했다. 사소한 차이지만, 통일된 용어 사용은 서비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주며 사용자가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신뢰할 수 있는 하나의 페르소나가 말을 거는 듯한 인상을 주어 서비스의 완성도와 안정감을 높인다.



셋째, 정보의 순서를 논리적으로 재배치했다. '무음 모드'는 아무래도 특수한 상황이다 보니, 가장 보편적인 상황에서의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예외적인 상황(무음 모드)을 뒤에 설명했다. 이는 사용자가 더 빠르게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직관적인 정보 구조는 사용자의 인지적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을 명심하자.





2. 미션 제한 시간



알라미 설정 개선안 2.png




문제점



이 문구는 '미션 제한 시간'이라는 개념을 정의할 뿐, 설정을 돕는 가이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미 '미션 제한 시간'이라는 이름만 보고도 그 의미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가이드 텍스트를 통해 당연한 사실을 반복해서 알려줄 필요는 없다.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히 삭제해야 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설정을 변경함으로써 사용자가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그래서 이 시간을 조절하는 게 나에게 왜 좋은데?'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다.




개선 근거



따라서 기능에 대한 당연한 설명 대신, 이 기능을 활용해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가치와 행동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문구를 수정했다.


우선 사용자 입장에서 '제안'처럼 읽히도록 만들었다. '~해보세요'라는 문체는 권유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한다. 이는 사용자가 단순히 기능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필요에 맞게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나만의 기상 루틴'이라는 가치를 부여했다. 사용자가 <알라미>를 설치한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의 수면과 기상을 통제하기 위해서이다. 숫자를 조절하는 행위에 '나만의 루틴을 만든다'는 의미를 부여하면, 아무래도 사용자가 훨씬 더 큰 동기를 부여받고, 이 앱을 자신에게 맞게 설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연결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행동을 강제적으로 유도하지 않고, 사용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가이드 텍스트의 역할까지 충실하고자 했다. 이 정도로 말하니까 뭔가 내 개선안에 대한 과대포장 같지만··· 그래도 전 문구보다 훨씬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 (뿌듯)




3. 오늘 날씨 알림, 내일 알람 리마인드



알라미 설정 개선안.png



문제점



두 항목의 문제점 결이 비슷하기에 함께 개선했다.


사담이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너무 덥다. 입추가 지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나는 거의 매일 알라미 알람을 설정해 놓는다.


그래서 '오늘 정말 추워요.' '내일 알람이 없어요.'라는 텍스트를 보며 정말 당황스러웠다. 사용자의 현재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텍스트를 마주했을 때, 서비스와 사용자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오해가 생긴다. 이는 기능을 설명하는 대신 설정 토글을 켰을 때 나타나는 푸시메시지의 '예시'를 그대로 옮겨와서 생긴 문제다.


예시는 설명을 보조할 때에 좋은 도구가 되지만, 결코 설명 텍스트를 대체할 수는 없다. 예시만 남겨놓은 설명은 비직관적이고 혼란을 야기할 뿐이다. 올바른 UX 라이팅이 지향하는 '정확한 설명'이란 단지 비문 없이 간결한 설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예시는 더 이상 정보가 아니고, 서비스의 신뢰도를 저하하는 요인이 될 뿐이다.




개선 근거



일단 텍스트의 역할을 '예시'에서 '기능 설명'으로 바꿨다. 이 기능을 켜면, 어떤 이점을 얻을 수 있는가? 를 최대한 간략하고 명확하게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이 기능이 활성화되는 조건을 두 텍스트 앞에 삽입했다. (알람을 끄고 나면, 내일 예정된 알람이 없으면) 이를 통해 사용자는 쉽게 설정 기능에 대해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강조할 선택지도 있었는데, 과감히 삭제했다. 주어진 화면의 크기와 텍스트 상, 조건 삽입과 이점 강조 중 한 가지의 요소만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하고 깔끔하게 '알려 드릴게요'라는 서술어를 선택했고, '정확함'에 집중해서 텍스트를 완성했다.




4. 알라미 소식, 마케팅 수신 동의

알라미 설정 개선안 4.png



문제점


이 부분 또한 오늘 날씨 알림, 내일 알람 리마인드와 비슷하다. 바로 가이드 텍스트의 자리에 '예시'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3번보다 나쁜 라이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대부분 보기 싫어하는 '광고'가 예시로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맥북 당첨을 축하한다는 문구는 사용자를 유인하기 위한 다크 패턴에 가깝다. 아무리 예시임을 알고 있어도, 이는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밖에 없다.


개선 근거


사실 개선 근거를 잘 정리해서 쓰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앞선 세 개와 달리,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개선안이기 때문이다. 다른 항목들을 고칠 때는 정보 전달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됐는데, 마케팅성 정보를 수신하는 것은 '전환율'이라는 과업까지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케팅 수신 동의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기능이라고도 볼 수 없다. 동시에 서비스의 수익성에 가장 밀접한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개선안은 너무 밋밋해 보인다. 명확하고 간결하지만, 사용자의 흥미를 잘 자극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이모지를 넣을까 말까. 느낌표를 쓸까 말까. 결국 다른 텍스트들과 일관성을 맞추기 위해 둘 다 넣지 않았다.


구체적인 가치를 전면에 세우면 너무 광고 같고, 사용자에게 능동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려니 정말 사용자가 마케팅 수신에 계속 동의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마 더 고민해야 할 숙제인 듯싶다. 그리고 조금 명쾌한 답을 얻고 싶어서 많은 관련 아티클을 보기도 했는데,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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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알라미의 설정 창 라이팅을 개선했다. 사실 오늘이 아니라 며칠 간 했긴 했으나, 오늘이라는 말이 입에 붙어버렸다. 다음에는 알라미 앱을 계속할지, 다른 앱으로 넘어갈지 고민을 해봐야겠다. 가족 여행을 다녀오며 최근 1~2주 간 또 부쩍 게을러진 것 같은데, 매일 일정량의 인풋과 아웃풋을 산출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늘 얼른 업로드를 하고 싶어서 결론을 얼렁뚱땅 쓰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건 그냥 기록이니까 오늘도 얼렁뚱땅 마무리하는 것으로··· 빠른 시일 내 다음 글로 돌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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