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UX라이팅 챌린지 DAY4 - 구독 프로모션

마트 한가운데 선 사용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by 펜잡

2ZMxkqLDW8EmuEAq68aic8.png 좋아하는 장보기 명언(?)



나는 장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도, 막상 본가로 들어온 뒤로는 가기가 쉽지 않다. 진열된 품목의 범위가 넓은 대형 마트는 가는 데 너무 오래 걸리고, 집 앞으로 가자니 또 가격이 비싸진다. 사실상 집에서 내가 냉장고 관리를 도맡고 있는데, 취업을 하면 대체 언제 장을 봐야 하냐는 고민도 있다. 이 고민은 고스란히 오늘의 과제로 이어진다.




DAY 4 시나리오


지금 사용자는 즐겨 찾는 마트에 있습니다. 사용자가 세일 품목을 확인하기 위해 마트 앱을 열자, 프로모션 화면이 나타납니다.

매달 한 번 식료품을 배송해 주는 정기 구독 서비스의 프로모션 홈 화면을 작성하세요.


글자 수 : 헤드라인 45자, 본문 175자, 버튼 25자 이내 (영문 기준)




전략/가설 설정



오늘 과제도 DAY2와 비슷하게 프로모션 페이지에 들어갈 문구를 작성하는 것이다. 다만 조건에서 조금 차이가 있다. 바로 이 프로모션을 볼 사용자는 현재 마트 안에서 장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의 현재 상황에 따라 라이팅의 방향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오늘 과제의 핵심이다.



1) 헤드라인


헤드라인에서 사용자 관점의 '이점'을 명확히 전달하고 싶었다. 이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가져다 줄 이점은 '정기', '배송'이 두 가지다. 이를 헤드라인에 모두 담기에는 버겁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두 이점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둘 중 사용자 상황에 적합한 이점을 고르기 위해서는, 지금 사용자가 느낄 만한 잠재적인 불편함을 먼저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앱으로 장 보기가 보편화되어 있는 시대다. 배민 B마트, 마켓컬리, 쿠팡 로켓프레쉬, e마트 앱 배송 서비스를 다들 자주 이용해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기적인 배송'이라는 특징에 더 눈길이 갔다. 익숙한 프로덕트들과의 차별점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기적'이라는 이점은, 식료품을 고정적으로,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고객에게만 어필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는 '배송'의 이점에 비해 지금 사용자의 상황, 니즈와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사용자의 페르소나를 다시 확인해 보자. 지금 사용자는 오프라인에서 장을 보던 중, '세일 품목'을 확인하기 위해 앱을 킨 상황이다. 이는 사용자의 구매 패턴이 변동적이고 비계획적일 가능성을 뜻한다. 따라서 가장 먼저 어필할 이점은 '배송'이 더 옳겠다고 판단했다.



2) 본문 & 버튼


여기서도 DAY2와의 차별점을 짚어보자면, 바로 '유료 서비스'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 앱 설치보다 사용자의 심리적인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구독 서비스들의 프로모션을 한 번 떠올려 보았다. 너무나도 익숙한 첫 달 무료, 일주일 무료 같은 전략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전략만으로는 전환에 한계가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챌린지 메일과 함께 오는 힌트 링크를 들어가 읽어보았다. 괜찮은 인사이트를 얻었기에 여기에 요약을 남겨둬 본다.



1. 팝업 프로모션은 본질적으로 사용자의 경험을 방해한다. 따라서 사용자를 사로잡는데 집중해야 한다.

2. 먼저 이 팝업을 보게 될 사용자는 누구이고, 어떤 것을 하고 있었는지 고려해야 한다.

3. 헤드라인은 제품의 핵심을 짧고 간결하게 담아야 한다.

4. 본문은 제품이 주는 부가적인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5. '손실 회피' 심리를 더해야 한다. 인간은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중 1번, 5번이 인상 깊었다. 특히 인간은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려는 본능이 있다는 사실은 CTA 버튼 작업을 할 때 늘 고려해야 할 것 같다. 프로모션 화면에서 곧바로 '지금 구독하기', '체험하기' 같은 액션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면, 사용자는 선택지가 없다는 느낌과 함께 프로모션이 '너무' 광고 같다고 인식할 것이다. 사용자의 만족은 자율적인 효능감에서 온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겠다.






최종안








이러한 전략을 바탕으로, 이마트 앱 화면 기반의 바텀시트 형태 프로모션을 디자인했다. (너무 없어 보이는 디자인)






작업 프로세스



헤드라인은 전략을 가장 명확히 세운 요소였지만, 의외로 작업에는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사용자가 현재 느끼는 불편을 정확히 짚어야 한다는 생각과, 최대한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원칙이 충돌했다. 처음에는 '무거운 장바구니'로 시작하려 했으나, 쇼핑 카트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아서 폐기했다.


솔직히 말해서는, 과제에서 제시하는 사용자 상황과 서비스의 이점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앱을 통해 세일 품목까지 찾아보는 사용자가 현재 느끼는 불편함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결론지을 수 없었다.


띠라서 특정한 사용자의 페르소나보다는,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이고 잠재적인 불편함인 '신체적 피로'에 집중해 보았다.


마트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서 있다. 특히 식료품 위주로 파는 대형 마트에선 앉아 있을 곳이 많지 않다. 쇼핑몰과 대형 마트 간의 차이점은, 쇼핑몰은 명확한 목적이 없어도 카페나 식당이 입점해 있어 여가를 보내는 장소로도 인식되지만, 마트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마트는 목적에 충실한 장소다. 대부분 쉴 틈 없이 상품을 골라 담고 나온다. 이러한 흐름으로 '사용자는 현재 다리가 피곤할 것'이라 추측했다. 어쩌면 오만한 접근일 수 있지만, 사용자의 현재 상황을 구체적으로 짚기 위한 대안이었다.


본문에서도 고민은 계속됐다. 사용자에게 명확한 안내를 주기 위해서는 구독 서비스임을 알리고, 서비스명도 함께 등장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우선 했다. 프로모션의 의도를 분명히 밝히는 전략이다. 프로모션이 프로모션처럼 보이지 않도록 위장하면, 사용자는 오히려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 헤드라인을 읽고 멈칫한 사람이 본문을 읽을 것이기에, 그 뒤는 최대한 빠른 호흡과 필요한 단어만으로 문장을 구성했다.


그리고 뒤에는 "이마트가~ 드릴게요"라는 구성으로 써보았다. 이 프로모션이 공급자의 이익이 아니라,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가볍게 강조했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풀었을까?


1. 제제님의 브런치 스토리




나 말고 국문으로 챌린지를 수행한 사례가 제제님의 브런치밖에 없어서 늘 가져오게 된다.

이 분의 글을 보고 바텀시트 형식을 차용했다. 쇼핑카트에 집중해서 풀어내셨는데, 폐기한 안이라고 올리신 '어차피 사는 게 \ 고기서 고기라면'이라는 헤드라인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잘 쓰시는 분이 많구나··· 작업한 사진은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현 메타 콘텐츠 디자이너인 Carly Gray 님의 포트폴리오




CTA.png


https://www.carlygray.ca/work에서 발견했는데, 시나리오에서 제시하는 서비스를 약간 뒤튼 점이 돋보인다. 나는 영어의 문맥까지 세세히 짚을 실력은 못되지만, CTA 버튼이 너무 인상 깊어 올려둔다. 커피 배송 서비스인데, 버튼에는 배송이 없다. 다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점을 파고들어 'SHOW ME THE BEANS'라는 버튼을 만들었다. 배송을 불필요하게 느낄 사람도 커피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눌러볼 만한 포인트다. 그리고 당연히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일 테니까. 논리적으로 흠잡을 부분이 별로 없다.



3. Katya Blinda Putri 님의 피그마 작업물



iPhone 8 Plus - 1.png


장보기의 다양한 불편함 중 '줄 서기'라는 요소에 집중한 점이 인상 깊다. 버튼을 무료 체험 시작 \ 더 알아보기로 나누고, 닫기 버튼을 따로 만든 점도 눈에 띈다. 이렇게 선택지를 하나 더 주는 것도 사용자가 느끼는 압박을 줄이는 요소가 될 것 같다.





후기



- 지금까지 한 네 번의 과제 중, 오늘 게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다. 사용자의 워크플로우를 '방해'하는 과제이다 보니, 불쾌함을 주지 않으려는 방어적인 라이팅과 호기심을 자극해야 하는 공격적인 라이팅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다.



- 작업 과정 내내 '장보기'라는 낱말이 주는 어색함에 대해 생각했다. 쇼핑으로 대체할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넓은 표현 같았다. 장보기'는 식료품을 구매하기 위해 마트에 온 시나리오의 상황과 정확히 부합하는 단어다. 하지만 내가 어색함을 느낀 이유는 '장보기'가 명사와 동사형 낱말이 결합된 형태의 조어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사용자의 상황을 정확히 겨냥하는 정교함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장보기'라는 단어를 유지했다. 단순히 느낌에만 의존해서 결정을 내리기보다, 확실한 언어적인 근거를 찾아 판단하는 것이 라이터의 역량일 것이다.


라이팅 연습을 하면서, 단어 하나를 유심히 고민하다가 어느새 시간이 훅훅 가는 걸 느낀다. 시 전공자로서 이러한 몰입의 시간이 낯설지는 않지만, 실무에서는 조금 더 빠른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판단의 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결국 정확한 라이팅 원칙일 것이다. UX 라이팅을 수행하는 조직마다 고유의 원칙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 스스로도 라이터로서의 원칙이 있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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