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로 비행기가 못 뜨는 상황, 어떻게 결항 사실을 사용자에게 알릴까?
한 달 전, UX 라이팅 실력을 키울 방법을 찾다가 'Daily UX writing challenge'를 알게 되었다. 메일 주소만 등록하면 매일 새로운 과제를 보내준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바로 신청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 보니 어느덧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오늘부터는 하루에 하나씩 꾸준히 도전해 보려 한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이기를···
여행객이 집으로 가는 마지막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기상 악화로 인해 항공편이 갑작스럽게 결항되었습니다.
챌린지: 결항 사실을 알리고 다음 행동을 안내하는 메시지를 작성하세요. (항공사 앱)
글자 수 : 헤드라인 45자, 본문 175자, 버튼 25자 이내 (영문 기준)
전략 프로세스
시나리오를 읽고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해보자는 마음을 먹기도 전에, 나라면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었다. 긴 여행이나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비행기가 예고 없이 결항된다면 어떨까? 당장의 분노와 함께, 출근이나 등교 같은 일상적인 스케줄에 문제가 생겼다는 막막함이 밀려올 것이다. 심지어 '기상 악화'라는 원인은 항공사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내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과 실재적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따로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관련 규정을 찾아보니, 천재지변으로 인한 결항은 전액 환불이나 대체 항공편 제공 외에 항공사로부터 특별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당장 국제선 항공편이 기상 악화로 인해 당일 결항되는 사례도 많이 없기도 하다. 그만큼 아주 불운한 일인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UX 라이터의 고민이 시작된다. 항공사는 규정상 금전적 보상이 어렵고, 사용자는 (심지어 매우 극악한 불운 때문에···) 극심하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다. 이 간극을 라이팅으로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물론 텍스트만으로 사용자의 모든 분노와 혼란을 잠재울 수는 없겠지만, 더 큰 부정적인 감정을 막기 위해서는 좋은 라이팅이 필요하다.
가설 설정
나는 사용자가 느낄 두 가지 핵심 감정, '분노'와 '혼란'을 해결의 실마리로 삼아 가설을 세워보았다.
첫 번째로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먼저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할 것이다. 항공사의 과실이 아니더라도, 고객이 겪는 불편에 깊이 공감하고 유감을 표하는 것이 신뢰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사용자가 느끼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정돈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사용자가 무엇을 해야 이점을 얻을 수 있을지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진심 어린 사과’와 ‘신속한 다음 행동 안내’가 내용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 보았다. 더 나아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정적인 경험은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앱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그려보았다. 상상만 해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때 수속 카운터로 무작정 달려가는 대신 앱으로 전액 환불을 신청하거나 가능한 다음 항공편을 조회하고 예약까지 마칠 수 있다면, 사용자의 불편과 감정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톤앤매너에 대한 가설도 세웠다. 여기에서는 서비스의 성격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이를 위해서는 항공사가 어떤 성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에 대해 정의해야 했다.
항공사는 운송 시스템이다. 하지만 단순한 운송이 아니라, 개인의 영향력으로 서비스의 방향을 좌우할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그러니 항공사가 보여주어야 할 목소리는 가벼운 친근함이 아니다.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믿고 기댈 수 있는 '신뢰'다. 따라서 '~습니다'로 마무리되는 정중한 격식체를 사용하여 차분하고 책임감 있는 브랜드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더 옳겠다고 생각했다.
초안
이 가설을 바탕으로 첫번째 초안을 만들어 보았다.
헤드라인 : 인천행 항공편 AB123이 결항되었습니다.
본문 : 고객님이 예약하신 항공편이 기상 악화로 인해 결항되었습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대체 항공편 예약 혹은 전액 환불을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며, 고객님의 여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버튼 : 대체 항공편 알아보기 \ 전액 환불받기
가설만을 생각하고 빠르게 썼는데, 뭔가 부족한 점이 보인다. 일단 본문에 군더더기가 많이 보이고, 정보의 배열도 좀 어색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서 고민되는 건 구체적으로 네 가지다.
1. 헤드라인에 결항을 안내했는데, 본문에 이 내용을 또 포함하면 중복되는 내용일 테고, 쓰지 않자니 본문이 어색해 보일 것 같다.
2. 이후 내용은 <다음 행동 안내 - 진심 어린 사과 - 노력 어필하며 신뢰 구축> 으로 이어지는 데, 이 배열을 바꿔야 하나? 사과가 먼저 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행동 유도를 마지막으로 빼야 하나?
3. 문장이 다소 길고 군더더기가 있는 것 같다. 흐름을 잘 유지하면서도 필요 없는 단어를 삭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 버튼 : 알아보기냐 예약하기냐, 이 두 가지 갈래 중에 조금 고민이 된다. 알아보기는 일반적으로 예약하기 보다 사용자 입장에서 부담이 적은 동사일 테다. ('예약'에 관한 Google의 유명한 라이팅 사례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지금 당장 예약해야 하나? 라는 마음이 덜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란을 줄이려면 강한 워딩이 필요할 것 같기도 한데··· 고민이 되는 지점이었다.
이런 고민을 통해 최종적으로 개선한 라이팅은 이렇다.
헤드라인 : 인천행 항공편 AB123이 결항되었습니다.
본문 : 고객님의 항공편이 기상 악화로 인해 결항되었습니다.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아래 버튼을 눌러 대체 항공편을 찾거나 전액 환불을 신청하실 수 있으며, 이후 안내 사항은 메시지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신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버튼 : 대체 항공편 찾기 \ 전액 환불받기
일단 헤드라인에 명확한 정보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아서, 그대로 뒀다.
본문은 일단 첫 문장에 "예약하신"이 불필요한 것 같아 제외했다. 사과 멘트도 '이용'이라는 불필요한 단어 대신 '진심으로'라는 부사를 넣었다. 그리고 '이후 안내 사항이 메시지로 갈 것' 이라는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아주 조금이라도 사용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장치를 두었다.
그리고 단순한 '최선의 노력'을 어필하는 대신, '우리도 빠르게 해결하고 싶다'는 인상을 주려 '신속한 해결'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리고 예약하기와 알아보기 중 고민하다가, 그냥 더 짧고 능동적인 동사인 '찾다'로 대체해 보았다. 솔직히 최선의 선택같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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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최종적인 안인데, 생각보다 어렵다. 일단 사용자가 큰 불편을 느끼고 있는 상황을 가정한 만큼 그렇다. 이때 앱 메시지를 침착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싶다.
챌린지를 진행하며 국내외 다른 분들이 쓰신 답안도 봤는데, 영문 답안이 많아 그대로 한국어 라이팅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다음 시간부터는 다른 분의 라이팅 프로세스도 한 번 살펴보는 시간도 넣어야겠다. 피그마로 최종안을 실제 푸시 메시지처럼 디자인해보려 했는데, 이것도 다음 시간으로··· 어쨌든 챌린지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