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실시간 소식 앱 프로모션 라이팅하기
하루를 거르고 쓴다. 오늘은 프로모션에 더 가까운 라이팅이다.
사용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부모이자, 열렬한 스포츠 팬입니다. 지금 시즌이 한창이지만, 바빠서 더 이상 직관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사용자를 위해 만들어진 앱의 프로모션 화면 문구를 작성하세요.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좋아하는 팀 선택 기능, 경기 시작 전 알림, 실시간 스코어, 주요 장면 하이라이트 클립.
글자 수 : 헤드라인 45자, 본문 175자, 버튼 25자 이내 (영문 기준)
이번 챌린지의 가장 큰 난관은, 바로 내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돌이켜 보면 라이트 팬을 자처했던 적은 많지만, 열렬하게 스포츠를 좋아했던 순간이 정말 없다. 젊은 남성이라면 으레 좋아해야 할 법한 해외축구도 관심 밖이고, KBO 밈은 많이 알아도 방송중계를 보다 보면 지루해서 채널을 돌렸다. 게다가 또래들이 많이 보는 이스포츠 대회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이렇게 사용자의 마음에 온전히 이입하기 어렵다 보니, 라이팅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헤맸다.
하지만 UX 라이팅 업무가 언제나 내가 경험한 세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 테다. 이 난관을 우선 인정하고, 다음 두 가지 질문에 조금 더 집중해서 문제에 접근했다.
스포츠 팬들에게 이 서비스의 셀링 포인트는 무엇일까?
사용자에게 어떤 ‘이점’을 줄 수 있을까?
일단 오늘 시나리오의 사용자 페르소나를 분석해보자. 사용자는 다음과 같은 세 요소를 갖고 있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함
스포츠 코어 팬
바빠서 직관이 어려움
아무래도 여기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스포츠 코어 팬일 테다. 나는 그동안 봐왔던 팬들의 이미지를 떠올려봤다. 지인을 만나도 늘 폰으로는 스포츠 중계를 틀어놓고, 상대편이 점수를 낼 때마다 한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왜인지 분노한 모습과 함께··· 과한 단정일 수는 있으나, 내가 느끼기에 스포츠 코어 팬들은 다분히 ‘감정’적이다.
보통 삶의 모든 행위를 필수적인 것과 필수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눌 때, 전자에는 잠, 노동과 같은 요소가 포함되고 후자에는 취미, 여가 따위가 들어간다. 물론 이는 완전히 대립적이지 않으며, 간혹 경계선이 불분명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포츠 팬에게 스포츠란 '취미'다. 우리의 취미는 보통 이해관계와 득실 계산의 결과물이 아니다. 스포츠 관람이든, 영화 감상이든, 악기나 운동이든, 취미는 즐거움과 흥미라는 감정에서 시작한다.
글이 다소 삼천포로 빠진 것 같다. 아무튼 이러한 취미의 특성에 집중해 보니, 지금 사용자의 니즈는 대부분 ‘열렬한 감정’에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이 챌린지의 헤드라인은 이러한 팬들의 열의를 정확히 매만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실 챌린지에서 제시하는 앱의 주요 기능은 그닥 특별하지 않다. 혁신적인 기능을 홍보하기 보다는 기존 앱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건에 대해 라이팅을 해야 한다. 여기까지 생각해보니 어쩐지 금일의 과제가 UX 라이팅보다는 카피라이팅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모션 페이지를 기획하는 건 주로 마케팅의 영역이고, 사용자 경험 (UX)의 영역은 아니라고 판단되긴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정말 쓰고 싶은 글만 쓰고 싶은 것이라면, 그것 또한 UX 라이팅이라고 부를 수 없다.
서비스의 가칭을 스포타임으로 정했다. 그리고 피그마를 둘러보다 이 챌린지를 위한 기존 템플릿을 발견해서, 오늘은 피그마로 작업을 진행했다. 문장을 조금씩 고쳐내다가 두 개의 안을 써버렸다. 사실 괜찮겠다고 판단한 헤드라인이 두 개나 나와서 그렇다.
본문을 쓸 때는 조금 헤맸던 것 같다. 공급자 관점에서는 기능 홍보를 꽉꽉 담아내고 싶었고, 사용자 관점에서는 헤드라인 밑의 텍스트를 과연 읽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딜레마에 빠지다 보니 작업의 결과가 그닥 만족스럽지는 않다. 어쩐지 매번 글에서 불만족스럽다는 말을 되뇌이는 것 같다. 그래서 챌린지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
실제 업무였다면 a/b 테스트를 진행한 후 통계를 통해 더 옳은 버전을 찾아나가겠지만, 지금은 내 머릿속 미약한 지식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다. 오늘은 이 두 안을 논리적으로 비교해보아야겠다.
앞서 언급한 챌린지 템플릿을 이용해, 인스타그램 광고로 가정하고 두 개의 안을 짰다. 굉장히 어색한 디자인··· 라이팅에 집중해달라는 말을 괜히 덧붙이고 싶다.
1안의 헤드라인에서는 챌린지에서 제시한 시나리오의 조건에 집중했다. 육아와 일, 부모라는 단어를 굳이 꼬집어 넣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바쁜 상황임을 가정하고 작업했다. 이렇게 에비 사용자를 지칭하는 것은 나름대로 효용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열렬한 팬이라는 상황에 기반해 경기장의 함성이 그립지 않냐며 물어봤다.
2안의 헤드라인은 조금 다르게 접근했다. 단어 간의 대비를 중점적으로 사용한, 정말 카피스러운 헤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1안보다 텍스트의 길이가 조금 더 짧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놓쳤을 명장면이 있나?’ 하고 코어 팬의 공포를 자극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 느꼈다. 다만 1안보다 시나리오의 조건을 보다 덜 충족시킨 것 같다.
너무 긴 텍스트를 우겨넣기보다는 짧게 앱의 기능을 간략히 훑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접근했다. 프로모션의 본문 텍스트를 꼼꼼히 읽을 사람이 많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최근 UX라이팅 관련 도서인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를 장바구니에 넣어 놓은 상태인데, 본문을 작업하는 중 자꾸 이 도서명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을텐데…” 그렇다. 사용자는 긴 글을 싫어한다. 그들은 필요한 정보만을 원한다. 이 대원칙을 잘 지켰어야 했는데, 텍스트를 빈약하게 남겨두기에는 또 어설퍼 보여서 결국 사족을 덕지덕지 붙였다.
1안은 서비스의 신속함을 어필하는 데 집중했다. 경기 결과나 하이라이트는 다른 경로(검색, SNS)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시작'이나 '득점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신속한 알림 기능은 대체재가 적다. 이 점에서 1안은 더 뚜렷한 강점을 가진다.
반면 2안은 여러 정보를 한곳에서 본다는 간편함을 강조했다. 앞서 말했듯 이미 대안이 많아 강점이 희미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든다. 다시 보니 여러모로 1안이 나은 것 같다.
전형적인 프로모션 페이지의 CTA 버튼이다.
1안에서는 직관적이고 간단하게 ‘소식 받기’를 강조했고, 2안에서는 ‘응원하러 가기’ 라고 더 에둘러 표현했다.
CTA버튼에 대해서 캡처프레이즈 아티클도 읽었고, 노트폴리오 스프린트에 대해서도 배운 적 있다. 하지만 이번 과제에서는 딜레마가 발생했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 앱의 즉각적인 밸류는 ‘소식을 받는 것’ 이다. 하지만 동시에 ‘소식’이라는 단어는 일말의 광고처럼 보인다. 이전 <알라미> 라이팅 개선 때도 ‘마케팅 수신’ 항목에 대한 라이팅을 작성할 때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반면 ‘응원하러 가기’는 CTA 버튼을 봤을 때 느끼는 사용자의 부담을 경감한다. 하지만 앱의 기능과는 약간 떨어진 모양새다. 서비스의 밸류를 전달하기 보다는, (예비) 사용자의 팬심에 과하게 의존한 단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금 더 나은 버튼은 없을까?
논리적 근거를 바탕으로 각 요소를 비교한 결과, 현재로서는 1안이 2안보다 더 설득력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실제 데이터 없이는 어떤 안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답'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처럼 가설을 세우고 논리적으로 최선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일 테다. (아닐 수도) 정확하게 작동하는 텍스트를 만들고자 하는 열의가 중요할 것이다.
최근 링크드인에 이 브런치 주소를 올릴 때도 생각했는데,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연습도 있지만, 이에 대한 일말의 피드백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장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없다면, 다른 사람의 예시를 찾아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brunch.co.kr/@jesoyuni/20
같은 챌린지를 수행하고 브런치에 게시글을 올린 분이 있어 공유해 둔다. 아마 국문으로 이 과제를 작성해서 업로드한 유일한 사례인 것 같다. 나는 이 과제를 프로모션 페이지로 해석했는데, 이 분은 기존 프로덕트의 온보딩 프로세스 형식을 취한게 흥미로웠다.
https://github.com/TechWriterMelissa/daily-ux-writing-challenge/blob/main/day-2.md
Medium 등 해외 사이트 중에서는 과제물을 업로드한 사례가 많았다. 사실 이를 훑어 보아도, 영어 실력이 높지 않아 직관적으로 무엇이 좋은 라이팅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github에 업로드된 @TechwriterMellisa 님의 답변을 보았다. 영문 UX 라이팅에서는 사진 속 "Beer not included" 처럼 유머러스한 라이팅을 종종 발견한다. "stay in the game" 도 인상 깊은 문장이다. (여담이지만, 영문 사레는 'anytime, anywhere'이란 표현이 십중팔구 들어가는 게 흥미로웠다. 정말 효과적이고 정답에 가까운 표현인지, 게으른 표현인지는 헷갈린다.)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느끼지만, 어쩐지 라이팅보다 더 많은 시간을 기록에 할애하는 중인 것 같다. 별다른 공부도, 일도 하지 않고 있어서 여유롭지만, 요즈음은 무언가 뚜렷한 성취를 느껴보고 싶다. 여름이 거의 지났으니 남은 올해에는 갓생을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