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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May 22. 2024

멋진 옷이 좋아

엄마도 성장 중입니다.

"엄마 멋진 바지 어디 갔어?"


매일 아침 아이는 묻는다. 멋진 바지 어디 갔냐고.


 어찌 된 일인고 하니, 사촌형이 입던 면바지를 하나 물려받게 되었다. 마르고 닳도록 입던 색깔만 다른 탑텐 고무줄 바지가 아닌 바지 버클도 있고 허리에 벨트를 할 수 있는 고리도 달린 면바지. 아이는 그 바지와 사랑에 빠졌다.


 아이의 멋진 바지 앞에는 아빠처럼 이라는 네 글자가 생략되어 있다. 아빠가 벨트를 하고, 셔츠를 입고 출근하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고 한다. 아빠를 따라 하고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것도 같기도 하다. 어쨌든 자기도 꼭 멋진 바지를 입고 싶다며, 매일 그 바지를 찾는다. 멋진 바지를 입고 유치원에 다녀오면 하루를 얼마나 신나게 보냈는지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반드시 세탁을 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아이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 바지만 찾는다. 세탁이 되어있지 않은 날은 멋진 바지가 없어 자긴 멋지지 않다며 연신 시무룩해하며 등원을 한다.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데 같은 디자인의 바지를 몇 벌 더 사줄 법도 하건만, 아직도 그걸 하지 않는 나도 참 나다.


 또 어느 날은 멋진 바지에 할 벨트가 필요하다며 벨트를 사달라고 한다. 몇 번을 이야기하기에 쿠팡에서 저렴한 유아용 벨트를 구매해 주었다. 유치원에 하고 간다는 걸 혹시 벨트를 하고 있다가, 급한 용무가 생겼을 때 벨트를 못 풀어서 참사가 일어날까 걱정되어 엄마아빠 있을 때 하고 나가자고 어르고 달래는 중이다.


특정 옷에 대한 고집뿐만 아니라 머리길이, 신발, 등등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그만의 패션세계가 존재한다.


아이의 고집스러운 취향을 그저 귀엽게만 봐주어도 될법한데 가끔은 아이의 주장이 불편하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의 나는 하늘하늘한 레이스 달린 원피스에 예쁜 머리띠와 함께 양갈래로 묶음 머리가 하고 싶었다. 나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눈꼬리가 위로 당겨질 만큼 하나로 바짝 당겨 묶어 주곤 했다. 아무리 그래도 예쁜 머리모양이 하고 싶다고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 예쁜 옷과 머리를 원했지만 말하지 못했던 그 아이처럼, 삶의 여러 순간이 그러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일도 그저 괜찮다고 웃어넘기거나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다. 그런데 내 속으로 낳은 내 유전자를 절반쯤은 가진 저 아이는 나와는 달리 온몸으로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한다.

 이 묘한 불편함은 온전하게 내 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리고 안전하게 그 마음을 받아준 기억이 없는 나와 반대되는 모습 때문이리라.


"엄마의 숨은 정서가 엄마의 색깔이다. 엄마는 자기 색을 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자기만의 고유한 색이기 때문이다. 그 색으로 지금까지 살아왔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내 색이 나 자신이고, 나 다운 거고, 내 인생인 거다. - 엄마심리수업, 윤우상"


불편한 마음이 들 때 아이에게 참 고맙다고 마음을 고쳐먹어 본다

엄마인 나를 믿고 마음껏 네 마음을 표현해 주어서. 정말 고마워!

너의 멋진 6살을 더욱 응원할게. 사랑해 아들!


기껏 벨트 사줬더니 머리에 하는건 또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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