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나의 취향
요즘 스트레칭이라는 키워드로 유튜브를 몇 번 검색했더니, 알고리즘이 "다리 찢는 법"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그걸 또 홀린 듯이 보고 있는 나.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 발레를 하는 언니가 살았다. 조막만 한 얼굴에 단단히 올려 묶은 머리, 가느다란 팔다리 여성스러움 그 자체였던 모습. 다리 찢기를 떠올리면 어쩐지 그 언니가 생각나고, 유연함의 최고봉, 여성스러움이라는 생각이 절로 연결이 된다. 한 번도 내가 가져 보지 못한 정반대의 모습이라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나의 버킷리스트에 조심스럽게 자리 잡은 다리 찢기.
몇 년 전에도 친구와 함께 장난 삼아 도전했다가, 결국 무릎통증만 얻고 포기를 했더랬다. 그런데 얄궂게도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의 도전욕구를 다시 불러일으킨다. 예전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영상들이 연달아 나온다.
'버킷리스트라며 이래도 도전 안 할 거야?'라고 살살 나를 꼬신다.
결국 그 꾐에 넘어가 며칠째 다시 다리 찢기 도전 중이다. 나름 필라테스도 열심히 하는 중이고, 예전보다는 스트레칭을 자주 하는 편이라 이번에는 할만하지 않을까? 하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여전히 내 고관절은 응 안돼 아직 멀었어하고 외친다. 조금 고무적이라면 예전에는 겨우 90도가 될까 말까 했다면 그보다는 개미 눈곱만큼 나아졌다는 것. 바닥에서 연습을 하다 힘들어서 중력의 도움을 받고자, 벽에 다리를 붙이고 연습 중이다.
저마다 타고난 신체조건도 다르고, 상황도 다른데 일주일 만에 ㅇㅇ 하기, 한 달 안에 ㅇㅇ 하기, 이런 문구를 보면 나는 왜 그것도 못하나 싶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이 주는 조바심을 한 단계 걸러낼 정도는 된 것 같다. 그리고 다리를 찢는다는 그 행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관절을 비롯한 몸의 근육들이 충분히 예열이 되고 준비가 되어야 된다는 걸 배우고 있다. 그 과정이 있어야만 부상도 없고 최종 결과물로 다리 스트레칭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무슨 다리 찢기 대회를 나갈 것도 아닌데, 준비도 안된 상태로 의욕만 앞서 억지로 연습했던 지난 시간과는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에서 아주 조금만 더 해본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에게 딱 맞는 방법으로 멋지게 성공기를 올릴 날이 올지 모르지.
이렇게 나의 지극히 사적인 취미생활은 또 하나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