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늘은 할머니랑 잘게요.

아이의 말을 수집하고 기록합니다

by 퍼플호랭이

1년전 어느날 작가의 서랍속에 묵혀운 둔

오래된 이야기

내가 기억하고 싶어서 남기는 이야기




며칠 전 갑자기 왼쪽눈이 붓고 불편감이 느껴졌다.

안과에 갔더니 결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병은 전염이 잘 됩니다. 당분간 가족들과 수건, 침구류 분리해서 사용하세요."


아이와 나, 그리고 남편 우리 가족은 아직 한침 대서 잠을 잔다.

내가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아이와 남편에게도 눈병이 옮을 수도 있을 터였다.

여전히 엄마품을 찾으며 자는 아이를 두고

혼자 자는 게 가능하긴 한 건지,

내 눈에서 느껴지는 불편감보다 마음이 훨씬 더 심란했다.


그래도 함께 다 아플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단호해져야만 했다.

"봄아 엄마가 오늘 병원에 갔더니 눈병이래.

그래서 며칠 동안은 함께 잘 수 없을 것 같아.

그리고 뽀뽀하고 안아주고 하는 일도 당분간은 조심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엄마의 병이 봄이에게 옮겨 갈 수도 있거든."


내 말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안 돼요 엉엉. 엄마 안아주고 뽀뽀할 거예요. 왜 그러면 안 된다는 거예요."

아이가 짠하지만 어쩔 수 없기에 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어쩔 수 없어. 엄마 얼른 낫고 나서 우리 같이 자자 미안해 봄아."


시무룩하게 일어난 다음날 아침

아이는 큰 결심을 한 듯 내게 말한다.


"엄마 나 오늘부터 유치원 안 갈 거예요.

엄마 아프니까 내가 밥도 차려주고, 씻겨주고, 집안일도 다 할게요.

그런데 한 번만 안아주면 안 돼요? 으앙 엄마 사랑해요 엉엉엉"


아이의 진지한 표정과 말에 웃음이 났다가,

눈물콧물 쏟으며 엉엉 우는 모습에 짠하기도 했다가

꼭 안아서 저 동그란 볼에 막 뽀뽀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속상하기도 했다.


그날 오후 마침 친정엄마께서 휴가를 받으셔서 우리 집에 오셨다.

결국 내게 등 떠밀려 유치원에 다녀온 아이가

뭔가 굳은 결심을 한 듯

엄마에게

"할머니, 오늘 집에 가실 거예요?

저랑 같이 자주시면 안 돼요? 엄마 저 오늘 할머니랑 잘게요." 한다.


그날밤

엄마 잘 자요 ~ 내일 만나요. 하고

할머니와 자러 가는 뒷모습이 마음이 찡하다.

그렇게 봄이는 태어나 처음

엄마품을 떠나 할머니와 함께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


봄이가 누워서 한참 잠이 안 오는지 뒤척이다가,

"할머니 엄마 빨리 나으라고 기도해야겠어요"

하며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고 한다.


내 눈엔 여전히 아기 같은데,

언제 이렇게 마음이 깊어져 버린 건지.

고맙고 따뜻한 내 아기.


오래도록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너와의 추억 한페이지




작가의 이전글어쩌다 다이어트를 시작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