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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Nov 20. 2021

그 회사에 임원이 되보겠다던 그가 돌연 퇴사를 선언했다

어쩌다 접어든 남편과의 단짠단짠 공동육아기록

“여보 나 퇴사하려고”


마음이 쿵

원래 감정표현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부쩍 어두워진 남편 표정을 보며 조금은 예상했던 일이다. 이 사람 많이 힘들구나. 사실 알면서도 외벌이에 매달 갚아야 할 대출금이 산더미 같은 살림살이에 쉽게 남편에게 힘들면 조금 쉬어도 돼 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내가 계속 회사에 다녔더라면, 남편 월급 말고 부수입이 있었다면 나도 한번 멋지게 내뱉고 싶었던 그 말이었다.

남편은 박사과정을 마치고 30대 중반에 경력 같은 신입으로 첫 회사에 입사했다. 입사해서 차도 사고 집도 사고 결혼도 했으니 삶의 기반을 다져준 곳이자, 입사하면서 최소 임원은 해보겠다던 포부가 있었던 곳이다. 그런 남편이 입사 후 만 5년을 앞둔 시점에서 돌연 퇴사를 한다고 했을 땐 분명 이유가 있을 터였다. 복잡한 마음이 들었지만, 설마 우리 세 식구 굶기야 하겠니 라는 생각에


“응 그래 잘 생각했어. 여보 원하는 대로 해” 

라고 대답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감사하게도  직장으로 출근  3달간의 휴식기간이 우리 가족에게 주어졌다. 오랜 독점 육아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로 지친 나는 내심  휴가기간이 반갑고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드는  왜일까?




나는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걸 잘 못한다. 그래서 하지도 못할 일 까지 혼자 다 끌어안고 끙끙댄다. 나는 그걸 책임감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으나,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하고, 욕심이 많다고도 했다.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 않는 나의 행동이 육아와 살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쉬고 싶고 힘이 들 때에도 웬만한 집안일은 혼자 해치우고 말았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육아와 집안일을 부탁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퇴근 후 느긋하게 쉬고 있는 남편이 괜히 원망스럽고 미웠다. 남편은 도와달라, 같이하자 그 말 한마디면 무슨 일이든 야무지게 곧잘 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 한마디를 못해서 세상의 모든 짐을 나 혼자 짊어진 것처럼 끙끙대며 앓고 있었다. 그렇게 몸이 지치니 마음도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나를 좀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라고 또 바랬다. 


그 바람이 결국 닿았는지, 남편과의 임시 공동육아 기간이 주어졌다.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불안함 들었던 이유는 남편과 나의 육아 태도에 대한 온도 차이였다. 남편이 일을 하는 동안은 내가 육아에 대한 부탁을 별로 하지 않았기에, 공동육아 기간만큼은 남편 스스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바랬다. 하지만 부탁한 일을 들어주는데 익숙한 남편은 여전히 그런 태도로 일관했다. 나서서 해보지 않았으므로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공동육아의 시작이 묘하게 어긋나고 있었다.


"여보 우리 3개월간 잘 지낼 수 있겠지?"




어쩌다 접어든 남편과의 단짠단짠 공동육아기록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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