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할머니의 첫 번째 기일이었다.
하루 종일 문득문득 슬펐다.
할머니가 내 곁을 영영 떠났다는 사실이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실감이 난다.
이제 안아볼수도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당신.
그러다 우연히 오래된 사진첩에서
할머니 사진을 발견했다.
할머니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밤늦게 다니지 말라며
할머니는 5시도 안 돼서 내게 저녁을 차려주시고 쫓아내다시피 얼른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셨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 골목 끝에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을 서 계셨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골목 모퉁이에 서서 하염없이 울었다.
늘 사랑에 고파 매번 허기져했지
정작 차고 넘치게 사랑받고 있음을 잘 몰랐다.
내 평생 가장 깊고 넓게 받은 사랑이었다.
더 자주 만나러 갈걸
더 많이 안아드릴 걸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할 걸
언제나 당신이 내 곁에 계실 것 마냥
시간이 많을 줄 알고 시건방을 떨었습니다.
많이 보고 싶고 사랑하는 내 할머니.
잘 계시지요?
오늘은 꿈에서라도 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