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을 수집하고 기록합니다.
매일아침 어린이집 등원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길
아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엘리베이터 맞은편에 방화문이 열려 있는지 확인하고 닫는다.
매번은 아니지만 꽤 자주 방화문이 열려있다.
실제 방화문은 화재상황에 대비하여 상시로 닫혀 있어야 하는 것이 옳다.
우리 아파트 방화문에도 친절하게
"아파트 방화문은 [건축물의 피난, 방화구조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4조 제 ⑦ 항 1호에 의거 방화문 시설은 항상 닫힌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벌을 받습니다."
하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어느 날 아이 아빠가 아이와 외출하다가 열린 방화문을 닫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만약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서 꼭 닫혀 있어야 한다고 알려주었더니, 그 이후에 방화문이 열려있으면 달려가 방화문을 닫는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방화문을 여는 걸까? 이건 꼭 닫혀있어야 하는데..."
라고 아이가 볼멘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아빠가 안전을 위해서 꼭 닫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자꾸 문을 열어 두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게게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고 지켜야 하는데 규칙이 참 많다.
신호등은 빨간불에는 멈추고, 초록불 건널 것.
길은 횡단보도로 건널 것.
길에서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 것
(현재는 아니지만) 마스크를 필수로 착용할 것.
사람들을 일부러 밀거나 물건을 던지지 말 것.
등등등
같이 가정에서부터 사회로 나아가 생활을 하기 위해 서로가 지켜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데,
문제는 그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때 생긴다.
엄마가 분명히 빨간불에는 건너면 안 된다고 했는데, 빨간불에 길을 건너는 사람을 본다거나
길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을 본다거나.
엄마가 한 말과 다른 상황이 벌어질 때 아이가 내게 묻는다.
"엄마 빨간불에 건너면 안 되는데, 저 사람은 왜 건너는 거야?"
뭐라고 대답을 해야 아이가 이해를 할까? 난감한 상황이다.
"세상에 우리 모두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는데, 그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잘못된 거야. 우리는 그 규칙을 잘 지키면 돼" 하고 내 나름대로 설명을 해 보지만 아이가 충분히 이해를 한 건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속 시원하게 답해줄 말을 찾지 못했다.
아이가 매일 닫는 방화문도 그렇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일인데,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어기고, 누군가는 그것을 지키려고 매일 애를 쓰는 걸까? 지켜야 할 일은 당연하게 지키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물론 나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