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두달 살이.

by 박승식

우리는 나이가 들어 가면서 잘 늙어 가기를 바란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히 멋진 단풍처럼 변화되리라 기대했지만, 60대 후반임에도 아직도 유아적인 상태의 나를 발견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이 변화될만한 계기가 있다. 남자 같으면 군대를 다녀오고, 취직하고, 결혼하여 남편이 되고,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고 며느리를 보고 할아버지가 되는 삶의 전환점들이 있었다. 그 전환점 중 퇴직도 포함되지 않을까?

나의 시간과 자유를 구속하던 곳으로부터의 해방.

자기 임의로 퇴직하면 잘했는지 못했는지 결과를 가지고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정년퇴직은 모든 이로부터 긴 세월 수고했다는 인정을 받으며 현업에서 떠나게 된다.

100세 시대에 노후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한번 해봐도 되는 기회. 나에게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전원생활이었다.

귀촌 귀농까지는 아니더라도 얼마 동안이라도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시골 생활을 상상하며, 두 달살이를 하기 위해 우리 부부는 횡성에 내려갔다.

출발 전 현재 삶과 조금 변화된 생활을 기대하며 꿈에 부풀었다. 요즘 멍때리기가 유행인데 전원에서의 멍때리기도 생각했다. 그래서 지인들이 인사치레인지 모르지만 한번 방문하겠다는 것도 거절했다. 서울을 떠나 낯설은 곳을 찾아 간다는 것은 잠시 낯익은 현재, 특히 관계를 끊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는데, 지인들의 방문은 내 계획에 차질을 줄 것 같았다. 두달이라도 SNS를 단절할까 생각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물론 두달동안 새로운 환경에서의 생활을 경험하며 즐길 수 있었지만, 시간에 쫓김은 여전했다. 강원도에 왔으니 그동안 못가봤던 곳도 가보고, 맛집도 찾아가 먹어야 하니 바쁠 수 밖에. 잡초제거와 정원에 물주기가 새롭게 부여된 일과.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점심먹고, 저녁 먹고 TV보다가 잠자리에 드는 것은 도심과 같은 생활 패턴. 휴대폰과 노트북을 들여다 보는 것도 동일하다.

두 달 머무르는 동안 새로운 몇 명의 인연이 다시 만들어 지고 휴대폰에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새로운 환경도 시간이 지나니 일과가 일상이 됐다. 삶의 변화는 외적 요인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또 다른 한달두달 살이를 기획하면서, 바쁘지 않고 게으른 생활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