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우 Jun 09. 2022

기회가 닿아야 할 곳은 망각의 반대편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어느 외국 구직 사이트의 명카피다. 나의 힘든 시절을 버티게 한 문장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좋은 기회란 것은 결국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에게 닿는 것이라는 믿음, 그 믿음이 나를 살린 시절들이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기회들이 찾아오지 않던 그 암울했던 시절들을 나는 이 문장덕에 버텼다.


 '그 시절'의 내가 보기엔, 전혀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기회들이 수시로 찾아가는 다소 억울한(?) 일도 더러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기회를 얻은 사람들 중 대부분이 얼마 가지 않아 무참히 고꾸라지는 모습들을 보며, 저 문장의 정확성에 대해 다시금 돌이켜 보곤 했다.


 꿈꿔왔던 대로 '나의 이름으로 된' 책을 출판하고, 지망하는 분야에서도 그토록 간절했던 기회들이 자꾸만 내게 찾아오는 요즘이다. 단 한 번도 너그럽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이 세상이, 내게도 많은 호의를 베푸는 나날이다. 끊임없이 달렸던 내게 '좋은 패스'가 비로소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솔직히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운 좋게 기회를 얻어 찰나의 순간만큼만 반짝 행복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어떻게 하면 내가 이 기회들을 더 오래 살려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 복잡함의 끝에 방법을 떠올렸다.

'망각하지 않는 것'.

내가 어떤 시절을 보냈는지, 그 시절에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따라서 내게 이 기회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그리하여 이 기회가 얼마나 감사한지 망각하지 않는 것.

나는 내게 어렵게 찾아온 기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소란했던 나의 시절을 기억하기로 했다.


 '좋은 패스는 달리는 사람에게 날아간다'

이 문장을 보고, 그 시절의 내가 느꼈던 감정. 통쾌함이랄지 공감이랄지, 어쩌면 간절한 믿음 내지는 되뇌던 주문이었을지도 모를 그 감정을 잊지 않으며, 다시 또 끊임없이 달리기로 했다. 이리저리 용써보아도 그 어떤 기회도 찾아오지 않아 내가 느꼈던 답답함을, 간절함을, 그리고 이 순간 마침내 느끼고 있는 감사함을 결코 잊지 않고 계속해서 달리기로 했다.

기회는 망각의 반대편에 있어야 한다고 굳게 믿으며, 좋은 패스를 멋진 골로 만들기 위해 '아무것도' 잊지 않기로 했다. 좋은 패스가 더 많이 날아올 수 있도록 '그 어떤 순간도' 잊지 않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난의 낭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