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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블리 Jan 27. 2024

제주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해버렸다

나는 아니겠지에서 나를 맡았습니다


2022년 여름 난 드디어 제주도민이 되었다.

제. 주. 도. 민 낯설다

이제는 나에게 돌아갈 집이 제주도이다. 한 번도 자취경력이 없던 나는 당연히 자취에 대한 환상과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다. 우선 내가 가장 꿈꿔왔던 바다가 보이는 집 !

친한 동생이 살던 집을 마침 내가 오는 시점에 나오게 되었다고 해서 구경을 가게 되었는데 보자마자 맘에 들어서 계약해 버렸다. 충동적이고 결정 잘하는 내 모습에 점점 취해간다...작은 원룸이지만 테라스에서 바다가 보이고 아기자기한 정말 귀여운 나의 첫 독립하우스였다.여름 내내 일도 정해진 것 없이 딩가딩가 베짱이 같이 보낼 줄만 알았는데 일이 들어왔다.개인 스냅작업을 했던 작가님이 하고 게시는 빈티지샵에서 일해줄 수 있냐고 부탁을 받았다.


너무 신난다.


서울에서 그런 제의를 받았다면 먹고살 걱정에 선뜻 즐거운 맘으로 나설 순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보려고 제주까지 왔는데 못하게 없다.다만 운전 왕초보인 나에게 거리가 상당했다. 먹고살기 위해 하는 운전은 안 늘 수가 없다.뒤 범퍼 앞범퍼 사이좋게 한 번씩 해 먹고 나니 운전이 확 늘었다.빈티지 옷가게 일은 너무 재밌었다.


내가 이렇게 옷을 좋아했던가 ?


누군가에게 권유를 하고 판매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생각보다 잘 맞았다.영업직을 했어야 했나?

옷가게는 카페에 샵인샵으로 있었는데 그 와중에 3일 정도는카페일을 도와드리게 되었다. 여름 내내 놀아보자라고 생각하고 제주에 오자마자 일주일 내내 일하게 돼버렸다.


난 어쩔 수 없는 도비 인 게 분명하다.


제주살이의 로망 중 많은 이들이 카페알바가 꼭 있을 것이다.일하면서 나중에 자신의 가게를 차리려는 꿈을 꾸거나 내가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을 난 카페일은 소질이 없다는 것

그저 난 친절할 뿐...

이렇게 또 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정말 신기한 건 서울에서 고질병처럼 달고 살던 불면증이 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왕초보 주제에 7일 내내 매일 60킬로 이상을 매일 운전하는 게 제일 피곤했을 것이다.고민이고 우울이고 뭐고 집 와서 잠들기 바빴다. 그렇게 나의 제주살이 첫 직장일이 잘 마무리될 즈음 하나의 큰 사건이 일어났다.

모르는 번호도 덥석덥석 잘 받는 나는 그날도 아무의 심 없이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자기가 검사인데 내 명의를 도용당해서 내 앞으로 1억의 빚이 있다고 했다.

사실 이렇게만 들으면 당연히 피싱이지 하고 전화를 끊었겠지만.. 내가 당할 줄 몰랐다.


우선 내가 이야기할 틈도 없이 소환장이 메일로 날아오고 정신 못 차리게 만들었다.지금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지만 그 사기꾼들의 잠깐의 가스라이팅으로 안드로이드 핸드폰까지 당근을 했다.아이폰은 보안이 거의 막혀있어서 피싱을 하기 어려워서 핸드폰 구입까지 하게 만들었다.사실 검사 사칭은 오래되고 유명한 수법이었는데 내 친구 이름을 알고 있어서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도 피해자였고 거기서 빼낸 정보로 전화를 돌렸던 것이다. 내가 피의자 입증을 하지 않으면 죄를 내가 뒤집어쓸 수도 있다고 겁을 주는 통에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내가 피의자 입증만 잘하면 문제가 해결되겠지 하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일도못가고 혼자 울기만 했다.

이상한 걸 감지한 남자친구 전화도 피하고 해결되면 얘기하려고 꾹 참았다.결론만 얘기하자만 큰 피해를 입기 전에 정신 차리고 사기인걸 깨닫고 경찰서애 가서 신고를 하고 마무리했다.물론 범인은 잡을 수 없었지만...

보이스피싱 트라우마로 초인종이 울리거나 전화벨만 울려도기절할 듯이 울었다.첫 독립하자마자 바보같이 이런 일에 휘말린 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여러모로 독립은 쉽지 않았다. 제주에 대한 환상과 기대만 갖고 살러 온건 아니지만 보이스피싱까지는 생각도 못했다.보이스피싱은 내 계획에 없었다 ..하지만 사기꾼 놈들에게 뜯길 돈도 없다는게 팩트다

잃을게 없는 노동자일뿐이다.

제주살의 첫단추가 엉망 진창이 되어버린거 같았지만 또한 난 행운아다.한푼도 빼앗기지 않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이런 저라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옆에 좋은 이들 덕분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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