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
<극장전>의 매력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영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켜야 한다. 우린 오락, 도피, 연구 등 여러 목적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아간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 감상을 친구들과 나누거나 스스로 곱씹으며 우리는 다시 집으로 향한다.
보통 일반적인 경우에는 극장을 나서면서 영화는 끝이 나게 되어있지만, 몇몇 경우에 사람들은 영화를 끝내려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영화의 세계가 너무 멋져서, 영화의 인물이 자신과 너무 닮아 보여서 등의 이유로 현실 속에 영화를 대입시킨 후 현실을 영화의 연장선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극장전>의 구조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다. 1부에서 극 중 형수의 영화를 보여주고, 2부에서는 그 영화를 보고 난 후 동수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두 이야기의 응집력은 약한 편이지만 영실이라는 인물, 말보로 레드, 남산타워 등 여러 오브제가 엉성하게나마 이어져 있다. 이는 극 중 동수가 1부의 영화를 자신의 얘기라고 하며 현실을 영화의 연장선으로 활용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런 동수의 태도는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영화와 현실 중 무엇이 먼저이고 우선인지 끝없이 주객전도가 되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동수는 형수의 영화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짜증 내며 정작 영화 속에 있던 소재들을 영실을 꼬시는 데 활용한다. 그렇게 영화는 현실과 영화가 구분되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그런 혼란 속에 잠길 듯한 영화에서 영실의 대사가 정신을 확 깨운다. '동수 씨는 영화를 정말 잘못 보신 거 같아요.'
이 대사의 의미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동수의 착각을 깨우려는 영실의 일침이 담긴 대사일 것이다. 하지만, 이 대사를 들었을 때, 나는 이 대사가 현실에서의 영화의 침범을 억제하려는 시도처럼 보였다. 아무리 영화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대사였던 거 같다. 이런 식으로 '영화와 현실은 계속해서 연결될 것이다.'와 '그럼에도 영화와 현실은 구분되어야 한다.'라는 입장이 서로 충돌한다.
이러한 충돌을 만들어내고 영화가 끝에 다다랐을 때, 영실은 다시 한번 핵심적인 대사를 말한다. '자긴 이제 재미 봤죠? 그럼 이제 그만. 뚝!' 홍상수가 자신의 영화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끝나면 이제 집에 가서 평소대로 일상을 보내라고 하는, 어쩌면 극장에서 나오는 순간 영화를 끝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이 대사 이후 동수는 형수를 만나게 되는데, 병원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형수는 죽음이 꽤 로맨틱한 소재로 나왔던 자신의 영화와 달리, 죽기 싫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표현한다. 형수와 만난 후, 동수는 영화와 현실이 구분되기 시작했는지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겠다고 보이스오버로 관객에게 말을 건네며 영화는 끝난다. 다 보고 나면 보통 다른 영화들이 추구하는 여운이 아닌 분위기를 깨는 일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영화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