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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이지 May 14. 2021

[암밍아웃] 평정심 찾기

최근 감정의 동요가 심했지만, 그래도 나름의 평정심을 찾았다.

물론 수술을 앞둔 다음주가 되면 또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이제 갑상선암을 받아들이고, 내가 겪어야 할 아픔도 인정하게 됐다.


나는 어릴적부터 롤러코스터나 무서운 놀이기구는 잘 못탔고, 지금도 잘 타지는 않는다.

물론 한두차례 친구들이 졸라서 탄 적은 있지만, 타기 전 그 긴장감을 극도로 불안해 한다.

그 불안감에 반해 실제로 탔을 때는 꽤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긴장감이 짜릿함보다 나의 감정에 더 크게 다가온다.  이것만 봐도 나는 얼마나 지레 짐작하며 불안해하고 무서워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실제 겪으면 생각보다 잘 견디는게 나였다.


수술 후 고통에 대한 글들을 보며 두려울 때는 아기 낳았을 때를 떠올린다.

그때 유도분만으로 입원하여 아기를 낳기까지의 과정은 생생하다.

아이가 안나와서 거의 제왕절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힘을 줬고

자연분만의 최대지점에서 아이를 만났다.  그때 나에게 엄청난 에너지를 줬던 건  "이번에도 안 낳으면 제왕절개로 가죠"라는 의사의 말이었다. 


그 아픈와중에도 자연분만에서 제왕절개용 베드로 걸어가며 선생님 아직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했고

나는 베드를 옮긴 후 세번 정도 힘을 줬고 바로 아이를 맞이했다. 아무리 봐도 그때의 나는 마술을 부린것 같았다. 


아이를 맞이하고 찢어진 부위를 꾀메기 위해 기다리는 그 과정에서 이가 덜덜 떨렸고, 오한이 들어

계속 추워요 라고 이야기하며 그 과정이 마무리되었다. 수술 후 병상에 돌아와서 미역국 한대접을 다 비웠다.


그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 앞으로 내가 수술하고 감당해야 할 고통의 깊이가 감소되는 느낌이다. 

지레짐작하고 무서워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그냥 지금은 잘 떼어내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최근 상처에 대한 스트레스, 특히 목부위에 12센티의 절개가 생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갑자기 커져서 병원에 전화해서 수술법을 바꿀 수 있는지 한번 더 문의했다. 회복을 고려해 나는 여전히 절개를 선호하지만, 내 상처를 바라볼 엄마의 측은한 표정이나 아기의 표정들이 미리부터 걱정됐다.


얼마 전 아기에게 엄마 목에 상처 나면 어떻게 할꺼야? 하니 굉장히 난처한 표정으로 "울꺼야" 라고 이야기했다. 아기에게 괜히 부담을 준거 같아 미안했지만, 수술 전에 엄마와 떨어져야 할 일들을 조금씩 알려주고 싶었다. 아기와 이렇게 떨어지는 건 처음이고, 나 또한 마음의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아기는 어제  할아버지 집에 보내놨는데 내 전화도 안 받고-_- 아주 신나서 놀고 있긴하다. 근데 그 모습이 섭섭하기보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주라는 기간 동안 아기가 잘 기다려 줄지, 늘 고민이다.


걱정되는 마음에 들락이던 카페는 하루에 한번 정도만 가기로 했고, 수술을 앞둔 엄마들이 모여 이야기 하는 오픈채팅방은 괜히 고민만 많아져서 대화 삼일 정도만에 나와버렸다. 더 찾아보지 않기로 했고  그냥 지금은 차분히 기다리기로 했다.


재발, 전이 이런 말들이 나를 우울하게 하고, 일상회복 , 생각보다 괜찮다는 말들은 나를 위로한다.. 그래서 그냥 생각안하고 안찾아보는게 상책이라 느껴진다. 그래도 가끔은  실제 열어보니 전이가 아니었다는 기적같은 말을 듣고 싶다고 기도한다. 


내일은 드디어 엄마에게 말을 해야 한다. 최대한 담담하게 담백하게 말하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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