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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이지 May 12. 2021

[암밍아웃]롤러코스터

최근 감정의 폭이 롤러코스터 타듯이 업다운을 반복한다. 사람들과 이야기 할때는 담담한척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혼자있을 때는 깊은 나락에 빠진 것처럼 우울감이 커진다. 계속 내 몸 속 암덩어리를 왜 이제야 발견했는지에 대한 자책, 수술 이후 한없이 나약해질 거 같은 내 모습. 모든 것들이 오버랩되면 갑자기 우울감이 치밀어 오른다. 


최근 부서가 바뀌고 맡아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어제 야근을 하게 되었는데, 오랜만의 데이터 작업과 신규 업무에 대한 부담감, 지금의 상황 등 안 좋은 감정이 모두 공존하여 갑자기 그 순간이 싫어졌다. 점심도 대충 때우고 입맛도 없었지만 꾸역꾸역 회사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씨앗된장비빔밥을 시켜먹었다. 전날은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은 반도 먹기가 힘들었다. 꾸역꾸역 2/3를 먹었고, 계산을 하고 택시를 탔다. 22000원 정도 나왔지만, 왠지 걷기도 싫고, 그냥 혼자 자멸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데 아기를 봐주시는 어머니가 영상통화를 하셨다. 


"엄마 어디야"

"신도림"

"00도 신도림 갈꺼야"


4살의 어린 아들은 내가 신도림이라고 하니 자기도 갈꺼라며 영상 속에서 나를 반겨준다.

자멸하듯 깊어진 우울감을 깨듯이 아이는 나의 영혼에 긍정 파워를 남겨주었다.

바로 남편에게 전화를 했고, 다행히 퇴근 시간이 비슷해서 택시에서 내려 남편에게 손인사를 하고 그와 만났다.


"우울해서 택시탔어"

"빨리 수술해서 마음 추스렸으면 좋겠다"

"응, 맞아.."


집에 도착하니 아이는 엄마 아빠랑 나갈거야라며 겨울에 입던 뽀글이 점퍼를 입고 하얀 운동화를 신겨 달라고 했다. 피곤했지만 아이와 산책하고 싶어 저녁 8시 반에 집 앞 슈퍼에 갔다. 남편도 함께 나왔고 우리는 손을 잡고 슈퍼에 가서 아이가 좋아하는 젤리를 샀다. 아이는 좀더 산책하고 싶다해서 남편과 아들은 산책을 더 하기로 하고, 나는 집에 먼저 갔다. 집을 대충 청소하고 씻고 나오니 아들은 밤 9시 넘어서 젤리를 먹겠다고 한다. 갑자기 밥도 안먹고 젤리만 먹으려는 아들에게 신경질이 났다. 젤리를 사준 건 나인데, 젤리를 다 먹으려하는 아들의 모습에 갑자기 화가나서 나도 모르게 등짝을 내리쳤다. 아기는 울었고, 어머님은 나를 조금 안타깝게 쳐다봣고, 나는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미안함이 커서인지, 자기 전 아기에게 "엄마가 아까  때려서 미안해. 사과할게"라고 이야기 하고 안아주었다.


내 감정의 소용돌이를 아이에게 풀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한없이 우울해 하지 말기를 실천하기로 해놓고 또 이렇게 스스로 부정적 감정에 취해버린다.  기분 탓인지 어지럽고 만사가 다 우울하다. 

수술하기 전에도 이런데 수술하면 어떨까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두려움이 크다. 수술 후의 고통, 일상 생활 속 불편함, 목 위의 상처, 사람들의 시선..... 

근데 이 모든게 지금 내가 콘트롤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는데, 나는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휘둘리게 되는 것인가. 나약한 인간.. 강인해지자.


+++++

오늘은 남편의 생일이다. 어제 저녁  자신의 생일인데, 나 대신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그. 내가 좋아하는 관자와 새우를 사서 오늘 4시 즈음 퇴근해서 맛있게 요리해 준다고 한다. 이렇게 멋진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는데 뭐가 두려울까. 나약해 지지 말자. 


저녁에 맛있는 케이크를 사서 멋지게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다!

아는 팀장님이 보내준 파티 용품으로 거실을 장식하고 오랜만에 사진도 많이 찍을 예정이다.

예쁘고 건강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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