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이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대략 10시에서 10시 반 사이다. 아이는 10시가 되면 침대에서 베베꼬며 잠투정을 한다. 침대에 누워서 아이를 토닥이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과 생각들을 나눈다.
요즘 아이는 엄마가 예전에는 '신비아파트'를 보여줬는데 요즘에는 왜 '신비아파트'를 안 보여주는지가 궁금한가 보다. 아이는 최근 몇 개월간 신비 아파트에 빠졌다. '드래곤디'라는 채널에서 본 신비아파트 귀신들은 귀여운 캐릭터였고, 피규어도 귀여워 단순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히 아이가 신비아파트라는 만화를 보고 있는 것을 봤는데, 4살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귀신의 형체나 행동들이 생각보다 무서웠고, 서로 싸우고 잡아먹으며 공포심을 조장하는 장면들이 아이에게 좋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단호하게 신비아파트 영상을 보여주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간 아이가 신비아파트 캐릭터에 너무 익숙해져서 쉽게 신비아파트로부터 '탈출'하기는 쉽지 않았다.
우선 티브이 속 유튜브 채널을 삭제했고, 되도록 아이와 놀이 속에 신비아파트 관련된 단어나 캐릭터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나와 아이 모두 신비아파트에 너무 익숙해져, 놀이 중간중간에 신비아파트에 대한 언급이 빠질 수 없었다). 아이가 좋아한다고 신비아파트 관련 책, 장난감 등을 사준 것도 문제이긴 하다. 아이의 삶 속에 '신비아파트'는 너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아이는 신비아파트에 익숙해지며 귀신과 공포, 소리에 민감해졌다. 그게 생활 속 곳곳에서 발현된다.
갤럭시 패드 음성인식의 오류로 낯선 남성의 목소리가 나오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게 달려왔다. 뭉크 전시를 보러 갔다가 산 절규 그림이 그려진 쿠션을 보면서 갑자기 무섭다고 던져버리며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 아이가 치카를 안할 때면 신비아파트 속 귀신인 '만티 두억시니'가 잡아간다고 했더니, 아이의 내면 속에 '만티 두억시니'는 어느 것보다 무서운 존재다. 아이의 내면 속 공포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아이에게 했던 행동과 말로 인해 커졌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소리에 민감하다. 조용한 공간에서 낯선 소리가 들리면 무섭다고 내게 달려온다. 윗집에서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 전자기기에서 나는 소리 등 생활 속에서 우연히 발현된 소리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굴 때가 있다. 예민해서 그런건가 싶었지만, 그 예민함이 공포심에서 발현된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비아파트 속 귀신 이름들을 줄줄 외우는 아이가 신기하고 인지와 암기력이 좋다고 칭찬했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됐다. 더 늦기 전에 아이에게 공포심을 줄여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나 나름의 몇 가지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1) 드래곤디 기반의 귀여운 신비아파트 캐릭터는 허용해 주기. (생활습관 관련 노래 영상 일부 허용 )
2) 신비아파트 애니메이션 및 알고리즘 기반의 장난감 영상은 보여주지 않기
3) 아이가 좋아하는 신비아파트 OST는 오디오로만 들려주기
4) 배틀, 싸우기 등 놀이 행위 최소화 (전면 금지까지는 나도 조금은 힘들다 ㅠㅠ)
5) 신비아파트 캐릭터가 그려진 게임은 허용
아이의 기억 속에 그간 축척된 신비아파트 관련 데이터가 너무 많다. 그리고 집안의 장난감들도 신비아파트 관련된 것들이 많아서 단시간에 신비아파트를 금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와 아이 모두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신비아파트를 너무 통제하는 게 아닐까 싶다가도 아이의 행동 속에 발현되는 과격한 행동이나 말투 (싸우고, 때리고, 잡아먹고 등등)이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통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찌됐던 마음 먹었던 대로 잘해보자. 일단 내가 먼저 노력하자!! 나도 쉽지않아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