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나기 전에-3

by 산 헤드린

그대를 만나기 전에

나는 사다리 모양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그 끝은 보이지 않았으며,

그래서 사실 그 형태가 사다리인지

삼각형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내가 무엇을 해왔으며 어떠한지

남들은 무엇을 해왔으며 어떠한지

따지길 좋아하며 끝도 보이지 않는 사다리를 오르려 했다.




나는 이것을 서열이라고 스스로 받아들였다.

나는 때때로 그 서열에서 우위를 점했으나,

점점 내 위의 서열이 더 많다는 점을 인지했고,

종국에는 그 서열이 너무나 극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나는 나의 서열에 아유화되어 버렸다.


오히려 이런 나의 모습이 세상을 알면 알수록 당연한 것으로 향도되었다.

사회에 대한 학문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우리의 우리를 위한 투쟁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 각자는 자기 이득과 성장만을 추구하는 경쟁의 주체다.

심리에 대한 학문에 따르면

우리 마음은 나 자신의 보존과 안녕을 최우선한다.

그래서 우리 각자는 다양성과 정도의 차이를 지니는 나르시시스트이다.


세상은 밝게 투명하고 밝게 빛나는 유리성과 같았고,

우리는 모두 그 안에서 아웅바둥 자신의 수정을 닦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을 다쳐 절뚝거리며 걷고 있을 때,

목발과 깁스를 한 나를 배려하는 사람들,

이름도 지위도 모르는 이들,

나를 향해 두 번 돌아보는 이들,

단지 발을 다쳤다는 이유로 편의점 문고리를 잡아주는 이들,

배려하는 하지만 바로 사라져 버리는 이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대는 나에게 말했다.

"어쩌다 다치셨어요?"

안타까운 목소리, 내 고통을 함께하는 듯한 반응,

그대의 심오한 눈빛 앞에

나는 따스함과 함께 빛으로 가렸던 눈을 뜨게 되었다.


이후 내가 알던 사회의 투명함과 빛은

더 이상 찬란하지 않았다.

그제야 아는 사다리의 층계에서 우리 각자를 향하고 있는

날카로운 모서리를 발견했다.

우리가 모서리에 갇혀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모서리를 닦거나 오르는 일이

사실 본질적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나는 사다리 밑에서 사다리를 치웠고,

그 손으로 그대를 잡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그대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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