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나기 전에
나의 행복은 미래에 있었다.
나는 앞을 보며 전진했고,
눈앞에 대상을 잡으려 했다.
수능에서부터 대학과 자격증, 학점과 대외활동, 그리고 취업까지
그렇게 나의 현재는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를 위한
기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시의 내가 미래 준비에
충실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작은 실패에도 크게 요동쳤고,
무수한 실패에서 심한 무기력과 권태를 겪었다.
그렇게 나에게 있어,
행복은 늘 앞서 달리고 있는
눈앞에 그리고 손 앞에 있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앞선 누군가의 그림자와 같았다.
하지만 그대를 만나고,
나는 앞을 향해 걷지만 않게 되었다.
그대는 나에게 고개를 들어보라 했고,
"오늘 하늘이 참 예뻐. 구름을 봐봐."
그대는 나에게 둘러보라 했고,
"여기 봐. 공실인데, 저 안에 풀이 새로 났어."
그대는 나에게 멈춰보라 했으며
"잠깐만 이렇게 있자. 고생했잖아."
그대는 나에게 뒤돌아 보자 했다.
"괜찮아. 열심히 했잖아. 내가 기억해."
그대의 바람 하나로 인해
나는 앞서가던 누군가의 그림자가 아니라,
내 옆에 있는 그대를 붙잡고 싶어졌다.
행복은 더 이상 미래의 순간이 아니었고,
다친 몸을 이끌고도 그대에게 달려갈 만큼,
미래고민 없는 우둔한 자기가 되었다.
그대를 만나고,
그제야 나는 현재를 살게 되었다.
그대를 만나기 전에
미래에 있을 것 같았던 나의 행복은
그대를 만나는 그날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