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나기 전에
나에게 모든 타인은 반복된 동일자들이었다.
적당한 옷차림에 적당한 말투
떠도는 잡담과 소문을 늘어놓는 타인들이었다.
오직 그대를 만나고,
나에겐 타인을 향한 지향이 생겼다.
앞머리를 잘라야 앞머리가 생긴다는 아이러니와
버스 기사님의 인사를 받고 건내는 배려를 통해서
그대는 나에게 다름을 알려주었고
이는 내 정신에 새로운 지향을 일깨웠다.
때때로 이 지향으로 인해
불편하기도 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며
듣지 못했던 것들이 들렸고,
이는 내 삶을 더 분주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대는
그루터기에 튀어나온 옹기처럼,
깊이 패인 상처가 있는
내 마음을 채우기 충분했다.
그대를 만나기 전에
나는 왜 모든 타인을 반복된 존재자들이라고 보았을까?
나는 아마도
그대라는 다름을 만나기 위해
반복과 동일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랬던 나이기에
그대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