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회피형의 감정 직면하기 연습
그 애는 헤어지기 직전 원래 같이 계획했던 해외여행을 취소했다.
그리고 잠수를 자꾸만 탔다. 내가 말을 걸면 단답을 하는 정도의 잠수였으나 거의 2주가 넘도록 냉랭했고,
만나서 생각할 시간 갖는 것은 좋지만 아무 기약없이 잠수를 타지는 말아달라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또 냉랭한 대답만 하며 잠수를 2일이나 더 타던 그 애.
불안도가 0 에 수렴하는 나인데 그 때만큼은 정말 이러다가 공황장애가 오는 건가 싶을 정도로 일하다가 앞이 까맣게 보이도록 스트레스를 받았다.
결국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 애한테 무슨 생각하는 지 알려달라고 얘기를 했고 돌아온건 헤어지는 게 좋겠다는 간접적인 의사표현. 나중엔 내가 물어보지도 않은 무려 5가지가 넘는 이유를 대며 우리가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하길래 알았다고 했다. 한번도 붙잡지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 물건 교환하러 만났을때도 심지어 밝게 웃고 걜 위로(?)하고 축복하는 인사를 하고 왔다
하지만 진짜 속으로 웃을 기분은 아니었다
너무 갑자기 찾아온 이별은 정말 교통사고같았다
갑작스러운 이별로 이렇게까지 충격을 받아본 건 처음이라 요가와 심리상담을 받아야했고 유튜브로 미친듯이 심리관련 영상들을 찾아보고 운세에 의존하면서 한달을 보낸 것 같다. 초반엔 밥도 못 먹어서 7키로 정도 빠졌다
이렇게 힘든데 눈물은 진짜 쥐어짜려고 억지로 우는 소리를 내봐도 한방울도 안나왔다.
그리고 집에서는 우울해 죽으려 하면서 밖에서는 계속 하던 취미활동, 친구들과의 모임을 가서 농담 따먹기하면서 평소처럼 웃기도 했다
(나중에 듣기론 계속 웃기는 하는데 눈이 완전 멍하고 완전 정신이 딴데 가있어 보였다고는 하지만)
몇번의 상담끝에, 내 슬픈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게 감정회피 성향이 있어서라는 것을 알게됬다.
그 이후 계속 감정을 어루만져주고 이해해주고 스스로의 감정을 존중해주는 일기를 쓰고 노력했다
그리고 오게 된 결국 일정을 이것저것 바꿔서 온 해외여행.
사실 여행 출발하는 날에 전남친이랑 그 쌍둥이 여동생한테 생일 축하문자를 보냈다. 둘 다 하트까지 붙여가서 스윗한 답이 왔지만 왜인지 나는 더 할말이 없어서 그냥 그들 메세지에 좋아요만 누르고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그냥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동안 고마웠던 그 여동생과 전남친의 생일을 알면서 모른척 넘어가고 싶지 않아서 문자는 보냈지만, 내게는 그 이상 할 말은 딱히 없었다.
문자를 보내고 나니 마음도 많이 후련해지고 여행지와서 친구의 친구들이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마음이 따듯해졌던 첫 날 저녁.
특히나, 여기는 친구 결혼식으로 온 거라 행복해보이는 커플 친구들이 많았는데 참 저렇게 차분하고 배려있는 남편 만나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숙소에 와서 몸이 으슬으슬해서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깼는데 갑자기 두달 간 쥐어짜내도 안 나오던 눈물이 팡 하고 쏟아져서 놀랐다. 심지어 걔 생각을 하면서 깬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의외로 눈물이 "걔가 그리워, 보고싶어" 이 마음이 들면서 나온게 아니라 "생각해보니까 나 진짜 최선을 다했네?" 이런 마음이 들면서 이별에 힘들어했던 내가 안쓰러워서 나온 눈물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이런 감정과 상황은 처음이라 놀랐지만 그래도 내가 드디어 내 감정을 직접 바라보는 첫 변화가 이루어진것 같아서 기쁘다. 드디어 이별에 대한 제대로 된 애도를 하고 보내줄 준비가 된 것 같다.
오은영 박사님이 SNS 염탐하는 이유와 멈추는 법에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헤어진 상대의 SNS 를 염탐하는 큰 이유는 내가 바라던 마무리 방식이 아니라 자꾸 미련이 남아서 그런 거라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잘 요약해서 보내고 차단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했다.
내가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우연히도 그 생일 문자와 이 여행, 눈물 등을 그런 식으로 쓴 게 아닐까?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앞으로 좀 더 솔직하게 내가 나 스스로에게 더 감정을 숨기지않고 나를 사랑해줘야지.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 친구들에게도 내 감정을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차분히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