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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Aug 21. 2024

느린 게 아니야. 이게 내 걸음이야.

조금 더 빨리 알아줬다면

20살 성인이 돼서 지난 초중고 시절을 회상해 보면, 과거를 회상하면 후회가 몰려오는 건 당연하지만. 알고 있지만, 내가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했던 시절들이 떠올라 나에게 너무 미안하고 후회스러울 따름이다. 초등학생 때의 나를 떠올려보면 나는 소심하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게 다른 친구들보다 눈에 띄게 느린 편이었다. 장난감으로 역할놀이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집에서는 하루종일 레고로 혼자 구시렁구시렁 역할 놀이를 열심히 하고 있으면 엄마가 혼자 뭘 그렇게 구시렁거리냐고 신기해하시기도 했었다. 이렇게 집에서는 레고 친구들과 놀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갔지만, 학교에서는 달랐다. 낯선 곳이었고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하루의 반나절 정도를 꼼짝없이 있어야 했기에, 그 시간을 조금 덜 지루하게 보내기 위해 나는 연필과 지우개를 가지고 역할 놀이를 하기도 했다. 내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루한 학교 생활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나의 초등학생삶의 작은 낙이였다. 그렇게 학교에서의 하루를 버티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나에게 꼭 물어보는 게 있었는데, 그 말은.


“오늘은 친구 몇 명 이랑 말했어?”


나는 이 말을 정말 싫어했다. 나는 학교에서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대화를 나누고 싶은 친구가 없었던 건데, 아직 마음을 연 친구가 나에게는 연필보다 없었던 건데, 엄마는 내가 소심하다고 친구에게 말 좀 걸어보라고 내 걸음을 재촉했다. 버거웠다. 거짓말을 하는 날도 많았다. 엄마의 질문이 버거워 미리 엄마의 말이 나오기 전에, 엄마! 나 오늘은 누구랑 말 많이 했어! 와 같은 거짓말로 나의 걸음을 속였다.


이제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이 되어, 학교 생활에 조금 적응이 되어서, 나의 진짜 걸음이 기는 거에서 막 걷기 시작했을 시점에 나는 학교가 끝나서 집에 가도 됐을 그 밖에 시간에도 같이 대화하고 싶은 친구가 생겼다. 우리는 학교가 끝나고도 학교 앞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그 친구와 동내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놀다가 저녁이 다 되어서야 헤어지곤 했었다.  연필과 레고와 노는 시간과는 비교하지도 못 할 만큼 재밌었다. 그 친구와 하루를 통채로 보내면서 연필 지우개 친구랑 노는 시간도 없어졌다. 하지만 내가 마음을 연 친구는 그 친구 딱 1 명뿐이었던 게 문제였을까? 엄마는 다른 친구들 이랑도 말해보라고 여전히 나를 보챘다. 그때는, 엄마 이게 내 걸음이야. 다른 친구들보다 느리다고 해도 나는 내 걸음으로 걷고 있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가 못 됐다. 어렸고, 나 역시도 내가 다른 친구들과 다른가? 내가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에서 방황하고 있었기에 내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는 것을 나 스스로도 알아주지 못했다. 엄마는 다른 친구들과 친해지라고 항상 가방에 간식이 터지게 싸주시곤 했다. 친구들에게 나눠주면서 친해지라고, 주말에는 집에서 떡볶이며 과자며 잔뜩 한 상 차려주시고 반 친구들을 다 부르고 파티를 열어주시기도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친구들과 모두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까지 애를 써주셨구나. 감사한 마음이지만, 그때는 오히려 화가 나고 부담스라웠다. 그 파티에서 조차 내가 말하는 친구는 1 명뿐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엄마의 노력이 그저 의미 없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에 이상하게 화가 났다.


내 걸음을 기다려주지 않고 재촉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고, 나는 너무 어려 이게 내 걸음이니 기다려주세요.라고 표현할 수 없어 답답했다.


가끔 지나가다 초등학교를 지나치는 날에는 가슴이 먹먹하다. 여전히 위로해주지 못한 내가 보이는 것 같아 20살이 된 지금도 여전히 그때를 생각하면 그때 어른들이 나를 조금만 기다려 줬다면 나는 어땠을까. 하는 설움에 화가 나기도 했다가, 나조차 나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우울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였다는것을, 그저 서로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 몰랐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에라도 말해주고 싶었다. 니 잘못이 아니야. 틀린 게 아니야. 너는 너의 걸음대로 잘 가고 있어. 천천히 가도 괜찮아. 그게 내 걸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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