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엄마들과의 관계

뉴질랜드 살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by 지인


새로운 환경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어렸을 적 순수하게 놀이로 채워졌던 인간관계가 아닌 어른이 되어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은 서로 끝없이 각자의 선을 넘어가거나 넘어오지 못하게 지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선’이라는 것인데, 모두 다 그어놓은 위치가 다른데 한눈에 알아볼 수 없게, 나만 알아볼 수 있게 희미하게 그려놔서 그 선을 알아보기까지 만나 봐야 하고, 대화도 해 봐야 하고 그렇게 계속 노력해야 알아보는 것 같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선을 넘어버리는 순간이 오면 때로는 이유도 모르게, 때로는 이유가 너무 훤히 보이게 관계가 종료되어 버리는 것 같다. 한마디로 ‘손절’이라는 것!

하지만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새로운 관계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은, (물론 매년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나가서 바뀌긴 한다.) 한정된 인간관계에서 지내기가 쉽다. 그리고 그 관계가 때로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친구만 만들면 되지 않냐고? 혼자 산책하고 자연을 즐기며 혼자서만 조용히 보내면 되지 않냐고?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글쎄 나의 경우는 이게 더 힘들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학교에서 오고 가며 만날 수밖에 없고,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현지인과 영어로 스몰 토크를 끊임없이 할 수 있지 않고서는 학교 안에서 현지 엄마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며 친분을 쌓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서로의 유학 생활 중에 얻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또한 모두 필요 없다고 할 수도 있다.)그리고 신기하게도 학교 행사를 해서 가보면 비슷한 인종과,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모여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고 또 부득이 같은 유학원을 통해서 온 경우 쉽게 건너 건너, 모두 관계를 맺어가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이 처음 학교 안에서 외로움에 부득이 옆 반의 한국인 친구에게 의지하고 놀게 되듯이 엄마들도 그렇다. 안 되는 영어로 하는 스몰토크도 하루 이틀, 길어지면 결국 한국인 엄마가 편하고 해서 같이 아이들을 기다리며 대화를 하곤 한다. 그만큼 먼 타국에서 외롭기도 하고 더 반갑기도 하고, 같은 유학생 신분에서 오는 공통점에 좀 더 쉽게 의지하고 친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학기 초, 모두 서로가 조심스럽고, 각자의 선을 향해 이제 막 다가가기 시작하는 평화로운 시기의 이야기인 것 같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고 때로는 서로의 아이들이 친해져서, 때로는 비슷한 동네에 살아서, 방과 후 활동에서 만나서 등 다양한 이유로 만남의 횟수가 잦아지고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 아이 학교 보내고 뭐 하세요? ”

라는 질문의 시작으로,

아이가 학교가 있는 낮 동안의 여유시간, 외로운 엄마들은 그 시간을 함께 보내며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아! 뉴질랜드의 장점이 있다면 여기까지는 한국 엄마들도 비슷할 거 같지만 뉴질랜드 유학생 엄마들은 비치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

이거는 정말 이곳의 장점 같다. 하하하 이러려고 뉴질랜드 온 거지...?... 맞나?

항상 휴가지에 있는 기분! (아이와 별개로 나는 이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바닷가 카페가 너무 많은 뉴질랜드!


그러한 이유로 여러 명의 엄마들을 알게 되었다. 비슷한 결심과 목적으로 뉴질랜드에 온 우리는 비슷한 고통을 겪으며 겪었던 이야기들을 풀어나갔다. 그리고 그러한 만남을 통해서 나는 그들의 여러 가지 결말 또한 알게 되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다른 지역 출신(서울, 수도권, 지방 등등), 직업, 다른 성향과 취향, 뉴질랜드에서 얻고 싶은 것, 교육에 대한 가치관, 아이들의 성향 등 사실은 같이 뉴질랜드에 있고,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너무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렇지만 혼자 지내기 외로워서 억지로 맞춰가거나, 혹은 누군가를 끌고 가거나 하다 보면 결국 삐걱거리게 되어버리고(물론 좋은 결말도 있겠지만) 결국은 탈이 나서 학교에서 만나기 불편해지고, 아이와 행복하려고 왔던 뉴질랜드 생활이 예상과 다르게 스트레스 가득한 일상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아이가 학교를 좋아해서 더 놀고 싶어 하는데, 어떤 엄마를 만나기가 힘들어 그 시간이 고통스럽다면 이건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너무 손해인, 안타까운 상황인 것 같다. 그렇다고 엄마들과 거리를 두고 혼자 지내라는 의미는 아니다. 때로는 수다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적당한! (이 적당한이 어렵지만) 적당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게 오히려 이곳에서 편안한 생활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중에 아이들도 서로 너무 친하고, 엄마들 성격도 너무 잘 맞아서 행복하게 뉴질랜드에서 지내는 분들도 봤다. 같이 여행도 다니고 아이도, 엄마도 스트레스 풀 수 있는 그런 경우! 하지만 어딜 가나 확률의 문제일 것 같다. 이런 나와 꼭 맞는 사람 만나는 것이 그리고 단기 1년, 2년 동안 그런 우정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나에게 꼭 일어날 일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인연을 만났다면 오~ 운이 좋았다! 정도의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나의 입장에서는 그것도 잘 모르겠다. 아이가 이곳에서

‘행복하게 뛰어놀게 하려고 왔어요~’ 버전이 아닌, 영어를 얻어갔으면 해서 왔다면 항상 한국가족이랑 여행 다니고, 학교 끝나고 놀고 하는 게.. 과연 운이 좋기만 한 일일까?

결론은!

내가 뉴질랜드에서 어떻게 지내고 싶은지, 기준을 잘 잡고! 내 갈 길 가는 건 어떨까?

그래야 너무 타인에게 의존적이 되어 상처받지도 않고 오히려 선을 잘 지켜 원만하게도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뭐든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이곳에서의 엄마들과의 관계도 현명하게 맺어가는 방법인 것 같다. 그리고 짧지도, 길지도 않은 1~2년 동안 맺어진 엄마들 우정도 좋지만 한국에서 못해볼 스포츠, 이왕 온 거 더 싸게 배울 수 있는 영어! 이런 것 한 두 개도 같이 얻어 가는 것이 정말 현명한 유학 생활이 될 것 같다.

아이와 내가 행복한 즐거운 뉴질랜드 생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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