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살이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영어 1도 못하는 우리 아이, 학교 첫 등교일이 어땠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영어 1도 못한다고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 아이는 영유를 안 다녔다. 뉴질랜드 갈 거니까 돈 아끼자, 그리고 유치원은 그냥 편하게 놀아라(놀이식 영유의 존재를 몰랐음.. 알아도 뉴질랜드 갈 거니까...)였고, 그래도 살짝 불안감에 6,7살 유치원 끝나고 주 3회 동네 영어학원을 보냈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 퇴근까지 뭐든 시켜야 했다. 그때는 그래도 학원에서 배운 거 한 번씩 물어보면 곧잘 대답하기에 기본은 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기본이라 생각한 건.. 인사, 자기 이름 말하기, 파닉스 등등)
하지만 뉴질랜드에 와서 엄마랑 똑같이 외국인 기피증, 영어 울렁증이 있는 모습을 보고 빠르게 파악한 결과 그제야 영어학원에서 배운 영어는 그냥 그때그때 소리만 외웠더라는 것.. 놀러 다닌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리니까 금방 학교 적응 잘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던 나는 여기서 불안감 한 스푼을 얻게 되었다.
뉴질랜드의 학교들은 Term1~Term4까지 있고, 매 Term 마다 2주의 방학을 한다. 각 Term은 약 10주 정도이고 Term4로 학년이 끝나고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 방학이 거의 1달 반?으로 몹시 긴 방학을 가지고 다시 새 학년 Term1을 시작한다.
보통의 장기 유학생들은 Term1에 맞춰서 입학한다.
(단기 유학생들은 한국의 겨울방학, 여름방학을 이용해 한 Term을 경험하러 오기 때문에 Term1, Term3에 많이 온다. Term1이 그중 학교가 제일 북적이는 것 같다.)
우리 또한 Term1 시작에 맞춰 미리 입국을 했고 적응하면서 기다리다가 설렘반 걱정반으로 학교에 등교했다. 아이는 사실 학교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았고 나는 설렘보다 불안감이 더해져 걱정이 더 컸다. 영어 진짜 하나도 못하는데 학교를 잘 다닐 수 있을까?
그리고 등교 첫날이 되었다.
뉴질랜드에서 유일한 아이의 보호자였던 내가 쫄고 불안해하면 아이가 더 가기 싫어할까 봐 의연하고 당당한 척하면서 학교에 도착했다. 그러나 사실.. 몹시 낯설었다. 엄마도 영어가 안되지, 아이도 안되지 하하하.. 많은 현지(외국인)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학교에 가는데 나는 몹시 이방인 같은 어리바리한 모습이었다. 뉴질랜드는 학기 초 입학식이 따로 없다고 한다. 생일이 지난 아이들이 그때그때 입학하는 시스템이라 학부모와 학생들은 등교첫날 자연스럽게 배정받은 교실로 갔고 우리는 유학생이어서 그날 유학생들 대상으로 작은 입학식이 준비되어 있는 강당에 모이기로 되어있었다. 그곳에서 잠깐의 안내사항과 교장선생님의 만남 후 담당선생님이 배정받은 교실로 아이를 데려다준다고 했다.
그러나 당당한 척하던 나는 아이의 반응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착해서 차에 내리려는데 가기 싫다고 안 내리고 울기 시작하는 거 아닌가.. 울다니.. 이런 반응은 생각지도 못했다. 한국에서의 첫 등교는 이렇지 않았을 텐데..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남편의 빈자리도 더욱 크게 느껴졌다. 결국 어떻게 어떻게 아이를 달래서 차에서 내리고 유학생들 입학식 행사하는 장소로 손을 잡고 가는데.. 아이도 나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표정관리가 잘 안 되었다. 한마디로 마냥 해피하지 않았다. 흑흑..
입학식 내내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잘 지낼지 몹시 심란하였다. 아이의 뒷모습은 '학교 가기 싫어요'를 말하고 있는 그 자체였다. 정말 기죽어 있는 힘없는 뒤통수였다. 하지만 행사자체는 그러한 우리 마음도 모르게 휘리릭 진행되었고 우리 아이는 담당선생님의 손을 잡고 그렇게 교실로 넣어졌다. 아이와 더 인사를 나눌 수는 없었고 밖에서 계속 지켜볼 수도 없어서 나는 걱정과 심란한 마음을 안고 집에 왔다. 그리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괜히 여기저기 남편과 한국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며 걱정하실까 봐 그냥 입학식 잘했다고, 그렇게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아이가 오늘 하루 어땠을지 온갖 상상을 하면서 아이를 데리러 갔다.
그리고 하교시간,
초조하게 아이를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내 걱정이 무색하게 밝게 웃으며 뛰어나온다. 그리고 처음에 기죽어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바로 집에 가자고 하지 않고 학교 안에 놀이터에서 노는 것 아닌가~! 학교를 두려워하는 모습이 바로 사라졌다. 신기했다. 아침과 오후가 바로 이렇게 다르다고?? 도대체 오늘 하루 어땠길래?? 우리 아이가 좀 단순하긴 하지만 어쨌든.. 안심이 되었다. 그럼 이제 첫 관문은 넘었고 괜찮은 거겠지.
마지막 후기는, 집에 돌아와 오늘 하루 학교가 어땠는지 물어본 나의 질문에 아이는 언제 가기 싫어했다는 듯이 쿨하게 재밌었어~! 대답은 그걸로 끝이었다.
뭐가 재밌었는데? 말은 알아들어? 친구는 생겼어? 많은 질문이 내 마음속에 있었지만 원래 그런 거 설명하지 않는 아이라 '그래, 재밌었으면 되었다.' 하고 넘어갔다.
그래, 재밌으면 됐다. 학교 즐겁게 잘 다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