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야, 튀르키예
역시 기대를 덜 해야지 더욱 완벽한 여행이 나오는 걸까, 그 대표적인 예시인 튀르키예 여행을 풀어내려 한다.
아래의 문장들은 내가 튀르키예 여행을 다녀온 후 블로그에 적은 여행 키워드들이다.
절대 잊지 못할 여행
최악의 여행에서 우당탕탕 최고의 여행까지
6일간의 여유와 3일간의 고통
카이막이 천상의 맛이라고?
우리도 릴스 스타가 될 수 있는 걸까?
우리 왜 이제야 친해진 거지?
1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 파묵칼레를 제외하고는 전혀 매력이 없어 보이는 풍경, 이슬람 문화권…… 비행기를 타는 그 순간까지 나는 이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군 입대 두 달 전인만큼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싶었고, 그 여행지로 나는 대만과 홍콩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생각은 달랐다. 기독교 신자이신 부모님(하지만 나는 굳이 믿는 종교를 물어보는 외국인들에게 불교 신자라고 한다)에겐 아주 큰 경험이 될 수 있는 이슬람 문화권 국가 여행을 나와 꼭 함께하고 싶어 하셨다. 다른 종교 문화권 국가의 정서를 이해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부모님이 아주 큰 결정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감사해야지, 싫어도 좋아도, 함께하는 경험은 언제나 색다르니까! 어찌 보면 이 여행도 내가 추구하는 ‘새로운 경험’의 일종일 테니까(물론 이래놓고 한 달 뒤 혼자 대만으로 여행을 떠나긴 했다)!
풍경만 보는 튀르키예는 사실 10일씩이나 투자할 가치는 없어 보였다. 초반엔 눈이 덮인 산맥, 종종 보이는 모스크, 유럽 특유의 낮고 비슷한 건물들이 ‘아, 내가 유럽에 오긴 했구나!’싶은 생각을 들게 하지만, 역시나 보다 보면 질리는 법. 나중에는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를테면 내가 티비에서만 보던 축구 경기장을 본다던지, 항상 다른 종류의 케밥을 비교해 본다던지, 한국과는 다른 생김새의 튀르키예 고양이들을 구경한다던지 등으로 말이다.
*인샬라 : “신의 뜻대로”,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의 일이 긍정적으로 잘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패키지여행을 같이 하면서 만난 윤서 누나(패키지 여행 내내 함께한 덕분에 친해진 누나다. 둘 다 세 명씩 왔기에 식당 등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경우가 많았다)네 이모한테 정말 자주 들은 표현이다. 이슬람 문화권인 만큼 시장이나 식당 등에서 자주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당연히 모스크 투어를 많이 하는 튀르키예다. 여성들은 머리를 천으로 감싸야하고, 모든 사람들은 긴팔과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있는 모스크 같은 경우엔 신발을 덮을 수 있는 망을 감싸고 입장해야 한다. 종종 길거리를 걷다가 기도시간을 알리는 듯한 소리를 듣기도 한다. 모든 것이 새로운 이곳, 그만큼 충격적인 일들도 많이 있었다.
메블라나 박물관에서의 일이었다. 늘 그랬듯 우리는 모스크를 둘러보고 있었다. 오히려 이곳은 관광객들의 수가 적어서 좋았달까, 딱 봐도 이슬람 신자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패키지여행 특성상 다른 여행사와의 루트가 크게 다르지 않아 여행객들을 자주 마주치기 마련인데, 이번엔 아니었다.
아무리 쳐다봐도 이해할 수 없는 지렁이 글씨들, 낮은 수준의 영어실력 탓에 영어로 된 설명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이곳. 사람들은 한 상자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었다. 누군가는 기도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냄새를 맡으며 유리에 입을 맞춘다. 심지어는 오열을 하는 사람도 있다.
종교의 힘이란 이런 것일까, 어느 한 종교를 착실히 믿어본 적 없는 나에겐 받아들이기 힘든 광경이었다.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바라본 이 상황은 상당히 무서웠지만, 오히려 그들은 이러한 믿음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에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그들이 부럽기도 하였다. 물론 너무 의지만 하며 살아가는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지만.
개인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들은 과연 종교로부터 자유로울까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부모님이 이슬람이기에, 혹은 나라에서 이슬람교를 믿으라고 했기에 이 종교를 믿는 건 아닐까, 이들은 이 종교를 ‘믿는’ 게 맞는가 질문을 던져보았다.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