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과 스페인 가라치코

.<윤식당>요리사 할머니(?) 윤여정

몇 년 만에 가라치코 시청 문화 담당 직원인 David 한테 와츠앱이 왔다.

"안녕 제니! 잘 지내지?
영화 미나리에 나온 할머니, 그 요리사 할머니지?(윤 식당의 주인) 우리 페스티벌에서 상영했던 영화(계춘할망) 주인공 아니야? (아카데미상) 행운은 미나리 할머니에게 갈 거야!"

한국사람들에게 스페인 '가라치코(Garachico)'는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신기하게도 가라치코 사람들 역시 '한국'하면 'Yoon's Kitchen'를 떠올린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스페인 가라치코의 연결고리는 배우 윤여정이다.

나는 가라치코에 두 번의 출장을 다녀왔다. 마드리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4시간 반이 걸린다. 게다가 공항에 내려서 가라치코까지 가려면 차 타고 30~40분을 더 가야한다. 나영석 PD가 (혹은 로케이션 매니저)가 이 곳을 어찌 찾아냈을까 싶다. 사실 어느 정도로 작은 마을이냐면 정말 솔직하게 1시간이면 마을 한 바퀴를 다 볼 수 있다. 도착 첫날 슈퍼마켓에 들려 주인아저씨랑 잠깐 얘기를 나누면서 이름을 알려줬을 뿐이었는데 그다음 날 꽃집 주인도, 정육점 주인도 "올라(Hola) 제니! 네가 우리 마을에 머물고 있다는 동양인이구나"라고 했다. 마치 어렸을 적 시골 작은 할머니 댁에 가면 온 동네 어른들이 "니가 서울아가?(너가 서울에서 온 아이구나?"라고 했던 것처럼.


약 일주일간 머무른 두 번의 출장이었고, 스페인어도 할 줄도 아니까.. 어쩌면 나는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에게 조금은 다른 이방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호텔 리셥셔니스트, 슈퍼마켓 직원, 지나가던 할아버지 등 스쳐 지나가기만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고 나를 잡아두고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었다.

"난 이 마을에 50년 넘게 살았지만 그렇게나 많은 카메라는 처음 봤어. 동네 이 곳 저곳 건물 위에도 달려있고, 드론도 날아다니고....게다가 그렇게나 많은 동양인이 단체로 우리 마을에 온 것도 처음이야."

"촬영하는 내내 내 와이프가 옷을 얼마나 샀는 줄 아니? 카메라에 잡히면 예쁘게 나와야 된다나 뭐라나~"

"스페인 뉴스에서도 우리 마을을 이렇게 오랫동안 촬영한 적이 없는데. 너네 나라에서 우리 마을이 왜 유명하니?"

"이 마을에서 동양인인데 구두를 신고 다니면 일단 한국 사람이야. 한국사람들은 엄청 꾸미고 다니더라고. 아, 그리고 너네 나라 사람들은 흰색 옷을 입는 걸 좋아하는 것 같은데, 맞지?


아니라고는 말은 했지만, 뭔지는 알 것 같았다. 흰색 옷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건 아마 신혼부부들이 많이 다녀와서 인 듯했다.


가라치코 시장님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윤식당>은 빠질 수 없는 이야기였다. 서면으로 촬영 허가 요청이 왔을 때만 해도 이런 일(?) 들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관광객이라고 해봤자, 비교적 따뜻한 2~3월 소수의 독일인들이 찾는 곳이었는데.. 일 년 내내 한국인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고 한다.


배우들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그랬더니 윤식당의 주인 할머니(=윤여정)가 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만든 김치인데 만들 때 큰 맘먹고 만들어야 한다며 많이는 못준다고 하면서 조금의 김치를 내어주었다.

'이럴 수가, 배우 윤여정의 레시피로 가라치코 마을 식당 요리사가 만든 김치를 먹어보다니'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영광이었고 사진 한 장 찍어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출장 마지막 날은 마을 광장에서 배우 윤여정이 주인공이 었던 영화 <계춘할망>을 상영했었다. 화면에서 윤여정이 나왔다. 처음엔 조용하더니 몇 장면이 지나고 한 사람이 "Ella es la cocinera coreana(저 여자 그 한국인 요리사잖아!)"라고 하니 여기저기서 "madre mia(어머나!)" 등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가라치코 사람들에게 윤여정은 영화배우로 남았을까? 요리사로 남았을까?

약 한 달간의 촬영이 끝난 후, 제작진들이 엄청 많은 음식 재료들을 두고 갔다고 했다. 특히, 김치랑 고추장이 많이 남았었는데, (윤식당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었던) 옆 식당 요리사가 윤식당 배우들에게 어깨너머 배운 김치전을 만들어서 동네 사람들끼리 나눠먹었었다고 했다.

아쉽게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국인 방문객은 조금씩 줄었고, 우리가 알고 있는 윤식당의 식당은 폐점했다고 한다.(일시적인지는 모르겠다.) 더군다나 지금은 코로나 19로 관광객의 발이 끊겼다고 한다. 그래도 스페인에서도 높은 박스오피스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미나리 덕분에 다시금 요리사 윤여정을, 한국을 떠올리는 가라치코 사람들이 많길 바라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