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록들
발등 위 길게 뻗은 흉터 때문에 여름에도 슬리퍼를 잘 신지 않습니다.
어릴 적 친구와 놀다 떨어지는 돌덩이에 친구가 맞을까 봐 나도 모르게 친구를 밀치고 발을 집어넣어 발등이 가로로 길게 찢어져 꿰맨 흉터입니다.
1년에 한두 번 동창회 때나 만나지만 아직도 그 친구는 나의 발등의 흉터를 미안해하고 고마워하고 아려합니다.
상처, 흉터...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 말고 마음의 상처는 어떨까요?
숨기고 덮어두기만 한다고 없어질까요?
흉터...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기대고, 또 부딪히며 살아갑니다.
그 얽히고설킨 관계의 결 사이로 상처는 필연적으로 스며듭니다.
사랑했던 이에게서 느낀 서운함, 믿고 의지했던 사람의 무심함, 혹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남겼을 작은 생채기까지...
의도와 상관없이 관계의 마찰은 마음 깊은 곳에 서늘한 흔적을 남깁니다.
상처받는 순간의 고통은 갑작스레 일상을 압도합니다.
우리는 그 아픔 속에서 상대를 원망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탓하며 조용한 절망의 시간을 지나기도 합니다.
피하고 싶은 순간들이지만, 시간은 언제나 묵묵히 제 역할을 해냅니다.
몸의 상처가 서서히 아물 듯, 마음의 상처도 눈물과 잠 못 이루던 밤을 지나 조금씩 회복의 길로 걸어갑니다.
흔들리던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 지난한 과정 끝에서, 아팠던 자리는 조용히 닫혀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남는 것은 ‘흉터’입니다.
흉터는 단순한 얼룩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끝내 견뎌낸 시간의 증거이며, 다시는 같은 상처에 무너지지 않겠다는 내면의 다짐입니다.
말없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큰 파도를 지나왔는지를 누구보다 정확히 증언하는 흔적입니다.
그러니 흉터는 부끄러움의 표시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통과해 온 삶의 굴곡을 고스란히 품은 기록이며, 성장의 문장입니다.
관계 속에서 얻은 모든 흉터는 결국 우리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냈는지를 증명하는 가장 빛나는 흔적, 훈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