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린 Sep 20. 2024

비비안 기모스타킹이니까 괜찮아

싸게샀어 괜찮아

가까운 곳에 장애인 복지 센터가 있다.

센터 1층에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기부물품을 받아서 좋은 가격에 판매하는 매장도 있다. 

정확하게는 잘 모르지만, 수익금은 센터 유지나 장애인복지등에 사용되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취지가 좋기도 하고 꽤 좋은 제품도 많아서 자주 들러서 쇼핑을 즐기는 편이다. 


오늘도 지나는 길에 신상이 궁금해 들러보았다. 

가끔 파이렉스나 코렐등 퀄리티가 괜찮은 그릇들이 있어 득템을 하곤 했는데, 오늘은 영 물건이 시원찮다.

명절직후라 기부 물품이 많지 않은것 같다. 

하지만 매장입구에 '블랙 50% 할인' 이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보고 눈에 불을 켜고 블랙만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안그래도 정상가격의 1/4 가격인데 거기서 50% 할인까지 해주니 뭐라도 들고 가야 한다. 

(말려줄 사람도 없이 혼자 간것이 문제다) 


전투적인 마음가짐으로 결국 내가 집어 든것은 블랙 기모 스타킹이었다. 

교복이후 겨울치마는 잘 안입는데, 굳이 이 폭염에 스타킹을 집어든 나는 이미 호갱님 되시겠다. 

블랙반값에 현혹된 호갱은 계산대에 가서 당당하게 요구한다.


"블랙이니까 반값이잖아요?"

"아니에요, 초록이에요"


계산대 직원이 검정스타킹을 자꾸 초록이라 한다. 


"검정스타킹인데요"

"이 물건은 초록스티커가 붙어 있으니, 블랙상품이 아니에요. "

"아. 초록스티커...넵...."


조용히 제 값 계산하고 돌아섰다.

비비안이니까 괜찮아. 싸게 샀어. 괜찮아. 


나는 오늘 조금 추접스러웠지만 올 겨울이 든든하다. 

(그런데 치마가 없네? ) 








매거진의 이전글 초라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